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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학교 기간제 교장, 짱구쌤의 일

“저는 비정규직 기간제 교장입니다!”, “와!” 함께 자리한 교장 선생님들의 환호가 뜻밖이었다. 정규직 교장의 안도였는지, 제 위치를 알고 있는 이에 대한 위로였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구례 시골학교에서 일하는 3년 차 내부형 공모 교장이다. 교감을 거치지 않고 공모 절차를 통해 교사에서 곧바로 교장이 된 이른바 ‘무자격 교장’이다. ‘내부형 공모 교장’은 기존의 승진 체제(교사-교감-교장)의 변화를 위해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에게도 교장공모의 기회를 주는 제도로, 학교 현장의 호응과 비판을 동시에 받으며 10여 년째 시행되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 구축을 통해 민주적인 학교문화 형성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무자격 교장의 양산’, ‘승진 구조의 와해’, ‘특정 교원단체의 전유물’ 등의 비판도 이어지..

나의 이야기 2023.08.25

코로나, 지금은 □□하기 딱 좋은 때!

‘흑사병, 마마 창궐’ 등 역사책에서나 보았던 전염병 사태가 2020년 우리 사회를 덮쳤다.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개학 3주 연기와 휴업, 긴급 돌봄, 아이들 없는 3월 등 전례 없던 일들의 연속이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일들이기에 학교는 혼란 속에서 그 여파를 따지며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중이다. 하지만 전시에도 학교는 열렸었고, 둘째가라면 서러울 교육열과 상상력을 지닌 우리가 이 시기를 그냥 무기력하게 넘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신종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우고 있는 걸까?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게 마련인데, 정녕 그림자만 있고 빛은 없단 말인가? 그림자야 연일 언론과 SNS에서 활개를 치고 있으니 따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듯하고(해외 언론의 평가와는 사뭇 다른), 개인적으..

나의 이야기 2023.08.25

핀란드는 그만, 이제부턴 용방 가자!

우리의 꿈은 비슷했다. 세상에 없던 학교를 만들어 보자는 것. 긴 복도와 같은 규격의 교실, 넓은 운동장과 직육면체의 외관을 갖춘, 교도소, 병원과 별 구분이 안 되는 관리 중심형 학교를 지양하자고 했다.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집과 같이 편안한 곳, 배움과 쉼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2년 반 동안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해 그 꿈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 건물에 모든 교실을 집어넣지 않는다. 학년 군별로 독립 주택을 만들고 그것을 [배움의 집]이라 부른다. 가령 1, 2학년이 쓰는 배움의 집 1호에는 1학년과 2학년 교실이 운동장 쪽으로 위치하며, 공동으로 사용하는 학급 거실을 둔다. 거실에는 일반 가정집처럼 간이주방과 화장실, 안락한 소파가 있다. 중목구조의 목조주택이고..

나의 이야기 2023.08.25

세상에 없던 학교가 나타났다!

학교 건물은 저층화 되고 분절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사람 몸의 50배 정도 크기의 주택 같은 교사가 여러 채 있고 그 앞에 다양한 모양의 마당이 있는 공간에서 커야 한다. 그래서 1학년 때는 삼각형 모양의 마당에서 놀다가, 2학년이 되면 연못 있는 마당에서 놀고, 3학년이 되면 빨간색 경사 지붕이 있는 교실 앞마당에서 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아이들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정상적인 인격으로 클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서 살 것인가/유현준] 희망을 쏘아 올린 [전남혁신학교] 본교는 섬진강과 지리산을 배경으로 둔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 곳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은 수많은 마을(마실)에서 사람들이 모여 일가를 이루었으나 이제는 위태롭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불과 5, 6년 전만..

나의 이야기 2023.08.25

어깨동무, 옆반샘이 좋아요^^

교장선생님^^ 단비 촉촉히 내리는 날, 옆반 샘과 다음주 수요일 교장샘과의 만남에 설레며 이야기 나누다 메시지 보냅니다. 어깨동무 옆반 샘들의 소중함이 더욱더 커지고 깊어지는 지산초랍니다. 오시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길 기다립니다. 이번 주 목요일 아이들이 옆반 동생들을 초대하여 우리가 만든 5.18책을 소개하는 수업나눔을 하기로 했는데, 이것 또한 어깨동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잔잔한 웃음과 평안으로 힘내시길 기도합니다. 2022년 6월 14일 울샘 이** 올림♡ 광주지산초 울샘이 보내준 책갈피는 나도 정말 좋아하는 [리디아의 정원]의 한 구절이 쓰여있다. 어느 곳이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사람만 있으면 그곳은 이미 희망적이다. 아이들에게 편지글이 대부분인 이 책을 읽어줄 때면 가슴 저 깊은 곳에..

나의 이야기 2023.08.25

하나를 하더라도 야무지게 뽈깡

어느 날 일제히 학교의 휴지통이 세면대에서 사라졌다. 노여사님의 수고로 깨끗하게 씻겨진 휴지통은 창고로 직행하고 일회용 티슈도 함께 철거되었다. 플라스틱과 생수병 없는 학교로 지정된 후, 한 걸음 더 나아가 일회용품으로 확대해서 실천하자는 용방 가족들의 결의이기도 했다. 모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개인용 수건(요일별로)이 지급되었고 그것은 지금까지 잘 실천되고 있다. 사실 우리 학교는 부임하기 전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었다. 종이컵과 나무 젓가락 등 일회성 용품들은 애초부터 찾기 어려웠고, 아이들 어른 할 것 없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관건은 지속성. 사실 학교는 대부분 생태교육을 슬로건으로 걸고 교육과정을 편성한다. 생태 텃밭 가꾸기, 에너지 절약하기, 일회용품 쓰지..

나의 이야기 2023.08.25

완전 소사네, 쏘사리!

학교에서 순천 집까지 멀지도 않은데 왜 이리 자주 안 와? 거기서 뭐해? 관사에서 머무는 날이 늘어나자 아내가 묻는다. 응, 할 일 많아. 저녁 식사하고 성능 좋은 랜턴 들고 교정을 두어 바퀴 산책하고 사무실에서 책 좀 읽다가 들어와. 심심하면 목공실에서 작은 소품이라도 하나 만들고. 자고 일어나서 학교를 한 바퀴 돌아, 길냥이들 먹이도 주고, 전원을 올리고 세콤을 해제한 후 우유를 냉장고 앞에다 옮기지. 제빙기를 돌리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밖으로 내놓고 아침맞이를 하지. 근무 시간 중에는 가끔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고 주무관님과 눈이 맞으면 뭘 고치든지 설치하든지 일을 하지. 완전 소사네. 이소사, 쏘사리. 맞아, 소사! 쏘사리 좋다. 가장 사랑하는 시간은 6시쯤이다. 취사 버튼을 눌러두고 다락 정자에 앉..

나의 이야기 2023.08.25

가을 우체국 앞에서♬

우리 학교와 YB라는 이니셜이 같은 윤도현의 명곡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참 좋아한다. 노~란 은행잎들이 깊게 드리워진 우체국을 생각하면 그 자체로 웃음이 나온다. 교장실 유리창으로 용방 우체부 아저씨가 나타나면 예외 없이 가슴이 뛴다. 10중 7~8은 한겨레신문만 배달 되지만 나머지 2~3 때문에 매일 목을 빼고 기다린다. 용방우체국은 학교에서 200M 거리에 있어서 걸어서도, 퀵보드로도 순식간에 다녀올 수 있다. 직원들 말로는 아마도 우체국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장일 거라고 할 만큼 뻔질나게 드나든다. 대부분 월간 [용방살이]를 발송하거나 우표를 사러 간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편의 손 편지를 받고 보낸다. 대부분 오래 전 제자들이거나 옛 동료들이다. 가끔 학교로 찾아오는 제자들이 가장..

나의 이야기 2023.08.25

누가 교장샘을 묻어도 몰라요^^

순천에 있는 집까지 30분 거리이니 매일 출퇴근도 가능하지만 난 관사에 있는 시간이 좋다. 텅 빈 학교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맘껏 즐기고 노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큰 소리로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서 효율로 보자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을 리 만무한 라디오는 항상 켜져 있었다. 그 좋은 음악을 오디오 음량의 1/3도 올리지 못하고 듣는 아파트 생활이 만족스러울 리 없었으니 자연히 이곳 관사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늘어날 수 밖에. 이른 저녁을 먹고 8시까지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를 끝까지 듣고 나면 장르 불문, 가수 불문의 음악 감상이 시작된다. 깊은 소리를 자랑하는 송가인의 「서울의 달」을 듣고, 존 바에즈를 거쳐 송창식까지 와야 1부가..

나의 이야기 2023.08.25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

일흔이 넘었지만 남에게 하대를 하는 일이 없다. 언제나 첫 일은 농기구를 들고 운동장을 도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네 밑에 파인 모래를 채우고, 유치원 놀이터에 난 풀은 뽑아낸다. 교정을 한 바퀴 돌고서야 사무실로 들어간다. 우리 학교 배움터 지킴이 칠*샘이다. 교사로 정년퇴직을 하셨고, 내가 아는 지인의 표현을 빌리면 마지막 해까지 교무부장를 하며 봉사하셨던 분이다. 인근 광의면에서 농사지으며 우리 학교 지킴이를 겸하신다. 특히 하교 시간 3차례의 에듀버스 통학을 안전하게 살펴주시니 더 바랄 게 없다. 난 퇴임하면 집에서 맘껏 놀면서 지낼 계획이었지만 칠*샘을 가까이에서 뵙고 난 후론 약간 생각이 바뀌었다. 잠깐씩 아이들을 보러 학교에 나오는 것이 나쁘진 않을 것도 같다. 아이들을 보면 없던 기운도 생기..

나의 이야기 202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