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누가 교장샘을 묻어도 몰라요^^

짱구쌤 2023. 8. 25. 14:20

저 끄트머리 교장 관사엔 저녁 내내 음악만 가득하다. 누구의 간섭도, 알아차림도 없는 그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들을 맘껏 만난다. 4년 내내 축복이었다.

순천에 있는 집까지 30분 거리이니 매일 출퇴근도 가능하지만 난 관사에 있는 시간이 좋다. 텅 빈 학교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맘껏 즐기고 노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큰 소리로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서 효율로 보자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을 리 만무한 라디오는 항상 켜져 있었다. 그 좋은 음악을 오디오 음량의 1/3도 올리지 못하고 듣는 아파트 생활이 만족스러울 리 없었으니 자연히 이곳 관사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늘어날 수 밖에.

 

이른 저녁을 먹고 8시까지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를 끝까지 듣고 나면 장르 불문, 가수 불문의 음악 감상이 시작된다. 깊은 소리를 자랑하는 송가인의 서울의 달을 듣고, 존 바에즈를 거쳐 송창식까지 와야 1부가 마무리 된다. 국창 김연수의 적벽가 조자룡 활 쏘는 장면한바탕을 들으면 크로스 오버 그룹 두 번째 달은 저절로 대기한다. 비틀즈와 오아시스, 므라즈와 애드 시런을 짝으로 거치고 나면 마지막은 클래식이다. 예전엔 조성진이었으나 지금은 단연 임윤찬이다. 평생 산에 들어가 세상의 모든 피아노 곡을 치고 싶다는 20살 청년의 놀라운 협연곡, 광주시향과 함께한 앨범은 모두가 명곡이다. 모든 좋은 음악은 장르를 따지지 않는다. 디테일이 살아있고 감동적이다. 어느덧 자정이 가까워지고 내일 근무만 없다면 밤을 새도 좋을 아쉬움을 뒤로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껏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관사는 학교의 맨 끄트머리에 있다. 마을과도 학교와도 한참 떨어진 곳이기에 4년의 밤을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교감 선생님은 그런 거리의 관사를 두고 누가 와서 교장샘을 묻어도 아무도 모를걸요.” 라며 별난 취미를 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