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하나를 하더라도 야무지게 뽈깡

짱구쌤 2023. 8. 25. 14:25

뭐든 가지런히 정갈하면 기분도 좋아진다. 나란히 마르고 있는 실내화나 형형색색의 휴지통도 그렇다. 휴지통은 모두 포개져 창고로 들어가고 손수건이 티슈를 대신한다.

어느 날 일제히 학교의 휴지통이 세면대에서 사라졌다. 노여사님의 수고로 깨끗하게 씻겨진 휴지통은 창고로 직행하고 일회용 티슈도 함께 철거되었다. 플라스틱과 생수병 없는 학교로 지정된 후, 한 걸음 더 나아가 일회용품으로 확대해서 실천하자는 용방 가족들의 결의이기도 했다. 모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개인용 수건(요일별로)이 지급되었고 그것은 지금까지 잘 실천되고 있다.

 

사실 우리 학교는 부임하기 전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었다. 종이컵과 나무 젓가락 등 일회성 용품들은 애초부터 찾기 어려웠고, 아이들 어른 할 것 없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관건은 지속성. 사실 학교는 대부분 생태교육을 슬로건으로 걸고 교육과정을 편성한다. 생태 텃밭 가꾸기, 에너지 절약하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등이 그것인데 이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실천들이다.

 

우리는 우유곽 등을 버리지 않고 재생 화장지로 바꿔 오는 교육활동을 7~8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변함없이 실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경험자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두 명의 실천이 아니라 대다수가 여러 해 동안 지속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반복적으로 의미를 짚고, 평가하고, 시기별로 점검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 생태교육 해봤는데 라는 소위 알리바이교육이나 우리도 그거 있어 하는 백화점식교육과정이 지속적인 실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모여 우선 순위를 정해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야무지게 실천하는 뽈깡교육이 필요하다. 힘을 나눠쓰지 않고 모아서 뽈깡 들어 올리듯, 젖은 수건을 마를 때까지 뽈깡 쥐어짜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