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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11년 전 이곳에서 3학년 담임을 했었다. 2년의 교육청 파견, 4년의 공모 교장을 거쳐 6년 만에 돌아온 교실은 친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교장을 하면서도 주당 4시간 정도의 수업은 해왔던 터이지만 한 번씩 들어오는 선생과 종일 씨름해야 하는 담임은 완전히 달랐다. 3개월이 지나니 낯섦은 희미해졌지만 힘듦만은 여전히 굳건하다. 저자는 뉴욕의 전도유망한 잡지사에서 일하다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으로 직장을 옮긴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싫었고 그냥 자리에 머무르고 싶었다. 오래전 가족들과 찾았던 메트의 기억을 떠올렸고 별 고민 없이 그곳의 경비원이 되었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만 모이는 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명작과 사람들을 만나 10년을 보낸다. 행복한 치유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전직이라는 방아쇠..

책이야기 2024.06.13

어떻게 편지를 그렇게 빨리 써요?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은 녀셕이 꼭 한 명쯤은 있다. **가 그렇다. 30년 지기 친구를 꼭 닮은 외모에 말투나 웃음까지 판박이니 혹시 숨겨놓은 자식이 아닌가 하고 아내와 웃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영 밉지만은 않다. 느긋하게 놀다 조금 늦게 들어온 날, "왜 이제 와? 시간이 되면 들어와야 할 것 아니야." "시간 된 줄 몰랐어요. 시계도 없고 종도 안 치니 어떻게 알아요." "다른 친구들 들어올 때 같이 와야지." "따로 놀고 있어서 몰랐어요." "다음에는 눈치 살피고 함께 들어와" "네..." 국어시간 친구에게 우정 편지 쓰기를 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다 써서 제출하는데 **이를 포함해서 두 아이만 하세월이다. 할 수 없이 점심 시간, 하교 시간에 불러 쓰게 했더니 나머지 한 아이는 결국 마지..

어깨동무 2024.03.21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여요^^

아마 요 몇년 사이에 가장 긴장된 날이었으리라. 잠도 깊이 들지 못했고 아침밥도 먹는둥 마는둥. 일찍 집을 나서 도착한 교실에서 찻물을 끓이고 음악을 들으며 아이들 맞을 준비를 했다. 담임소개서를 출력하고 교실을 치우면서도 자꾸 출입문에 눈이 갔다. 8시20분부터 들어온 아이들이 20분 사이에 모두 들이닥친다. 교과서를 나누고 자리를 뽑고 입학식에 다녀온 뒤 첫 수업을 했다. '담임선생님 소개하기' 짱구쌤이라 불러줄 것을 호소했고 아이들은 쿨하게 불렀다. 그리고 나이를 가르쳐주자, 많은 아이들이 "휠 젊어보여요." "40대 인줄 알았어요."라 소리친다. 기특한 녀석들, 난 올해 이 귀여운 놈들과 행복할 거라 확신했다. 오후에는 첫 만남의 날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30년간 해오던 일을 그대로 했다. 삼팔..

어깨동무 2024.03.04

6년 만에 담임으로 복귀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짱구쌤입니다^^ 9년 만에 인안으로 돌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서면으로 먼저 인사드립니다. 2024년 학부모님의 귀한 자녀를 맡게 된 담임 이장규입니다. 지난 2015년 3학년을 끝으로 인안 4년을 마치고 떠났는데, 이렇게 다시 돌아와 3학년을 맡게 되니 너무 반갑고 좋습니다. 10년 가까이 여러 학교를 다녔지만 늘 마음만은 인안에 머물렀고 그리웠습니다. 인안초 4년, 별량초 4년, 구례용방초 4년까지 총 12년을 혁신학교에 있었습니다. 365일 행복한 놀이 배움터를 꿈꿉니다. 30년 넘는 교직 생활 과정에서 얻는 중요한 교훈은 ‘즐거워야 잘 배운다’는 것입니다. 학교와 선생님이 친근하고, 수업과 생활에서 즐거움이 있으면 아이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거침없이 배우려고 합니다. 하여 교실은..

어깨동무 2024.03.02

2024년 2월 29일

아침 9시 30분. 학교앞 용방우체국에 들러 마지막 우편물을 보냈다. 지난 4년간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우체국, 요즘은 택배 업무가 주된 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체국은 편지를 보내고 받는 곳이다. 용방우체국 소인이 찍힌 소포는 3월 개학날에 맞춰 그리운 이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교문을 들어서고 곧바로 자전거 주차장으로 가서 내 애마를 자동차에 실었다. 네번의 자전거 마라톤, 서시천과 섬진강을 따라 달렸던 자전거는 이제 인안뜰과 순천만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자동차를 집에 두고 자전거로 학교갈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두근, 교장실로 들어가서 교무실과 행정실 식구들에게 갓 나온 따끈따끈한 사인된 책을 전달하고 교장으로 하는 마지막날 결재를 처리했다. 옆방 다목적실에서 3월 4일 치러질 입학식을 준비하는 교무..

어깨동무 2024.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