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

짱구쌤 2023. 8. 25. 14:18

평생을 교단에서 보낸 지킴이 선생님은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운동장 풀부터 정리한다. 분필에서 쟁기로 정직하게 나이 든 손이 우직하다.

일흔이 넘었지만 남에게 하대를 하는 일이 없다. 언제나 첫 일은 농기구를 들고 운동장을 도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네 밑에 파인 모래를 채우고, 유치원 놀이터에 난 풀은 뽑아낸다. 교정을 한 바퀴 돌고서야 사무실로 들어간다. 우리 학교 배움터 지킴이 칠*샘이다. 교사로 정년퇴직을 하셨고, 내가 아는 지인의 표현을 빌리면 마지막 해까지 교무부장를 하며 봉사하셨던 분이다. 인근 광의면에서 농사지으며 우리 학교 지킴이를 겸하신다. 특히 하교 시간 3차례의 에듀버스 통학을 안전하게 살펴주시니 더 바랄 게 없다.

 

난 퇴임하면 집에서 맘껏 놀면서 지낼 계획이었지만 칠*샘을 가까이에서 뵙고 난 후론 약간 생각이 바뀌었다. 잠깐씩 아이들을 보러 학교에 나오는 것이 나쁘진 않을 것도 같다. 아이들을 보면 없던 기운도 생기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그럼 나중에 용방에 와서 배움터 지킴이를 해볼까? 멋지게 지어질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근무해 보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고, 그렇다고 교사로 있기는 싫으니 말이다. 그런데 칠*샘이 자리를 양보해 줄 것 같지는 않다. 너무 재미있어하고 다른 직원들도 다들 좋아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도서관 도우미는 어떨까? 그것은 학부모가 유리할테니 어렵긴 매한가지다. 지금으로 봐선 배움터 지킴이 최대 라이벌인 칠*샘이 그 자리를 양보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우니 아쉽지만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쉬운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