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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나라 사람들은 게으르다?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장하준 / 부·키] 편견 넘어서기 전라도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한다 더운 나라 사람들은 게으르다 아이들은 잘해주면 기어 오른다 이슬람교는 배타적이다 지금껏 사실인 것처럼 들어온 말들이다. 직관적으로도 거부 반응이 있었지만 경험하고 공부할수록 더더욱 편견에 사로잡힌 거짓임을 알게 되었다. 가령 ‘전라도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한다’는 특정 지역을 폄훼하기 위한 악의적인 선동이니 논외로 치고, ‘아이들은 잘해주면 기어오른다’는 교육을 일방적인 훈육으로만 여기던 것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권위주의적인 시각이다. 아이들은 존중받을수록 스스로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이 책의 저자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편견을 파헤친다. 더운 나라 사람들이 야자나무 아래에 누워 코코넛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책이야기 2023.09.11

구례 제일의 택배 사장님이 되기를 (78회 졸업식)

유래 없는 추위가 한창인 가운데 그나마 어제와 오늘은 견딜만한 겨울입니다. 먼저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자랑스러운 78회 용방초 9명의 졸업생들께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이들의 지난날을 격려하고 앞날에 축복을 건네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하신 학부모님과 가족분들, 재학생과 교직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항상 친절한 말투로 멋지게 생활하는 승○아! 정직하고 부지런한 부모님들처럼 다른 사람에게 행복과 기쁨을 전하는 구례 제일의 택배사장님이 되길 바란다. 우리 학교 최고의 댄서 지○아! 네 멋진 춤 실력이 한동안 그리울 거야. 꿈과 희망을 짓는 씩씩하고 듬직한 중장비 사장님이 되어 우리 고장과 가정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렴. 나중에 우리 학교에 중장비 가져와서 쉼터도 만들어주고. 예의 바..

나의 이야기 2023.08.26

숫자로 하는 2022년 짱구쌤 자기 평가

178 아침맞이 일수. 학교는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어야 한다. 블루투스 스피커와 하이파이브로도 충분하다. 1120 짱구쌤과 차마시기 연 인원. 화요일부터 금요일 10시 30분부터 40분까지 사전 예약을 받아 운영했다. 똘감잎, 보이, 히비스커스, 모과, 냉매실, 복숭아 아이스, 레몬에이드, 냉꽃사과 등 등. 노쇼를 하는 학년이 종종 있다. 411 발송 우표수. 용방살이와 손편지를 보내려 용방 우체국에 간다.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을 때까지 그 사람을 생각한다. 10 수업 에세이 편 수. 수업 공개, 수업 나눔, 뒷풀이, 수업에세이는 교실에 건네는 연애편지다. 출장, 건망증을 핑계로 많이 빼먹었다. 이 세상 좋은 수업의 수는 모든 선생님의 수와 같다. 140 짱구쌤 수업 시수. 유치원은 3..

나의 이야기 2023.08.26

더 나은 이장규가 되겠습니다

예기치 못한 긴장 속에 부임한 첫날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가 펼쳐졌습니다. 아이들 없는 학교에서 교장으로 한 첫 번째 일은 ‘결재 놀이?’였습니다. 다행히 함께 힘을 모으니 학습 꾸러미 전달이나 온라인 입학식, 칸막이 급식실 같은 혁신 아이디어도 나오더군요. 교장으로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책 읽어주기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고, 수면 아래 서툰 발버둥은 코로나로 간신히 감추어졌습니다. 뿌듯함과 아쉬움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니 예전의 교사 본능이 살아나고, 아침맞이나 수업을 하면서 서서히 용방에 스며드는 기분이 들어 안도했습니다. 책임감 넘치는 용방 가족들 덕분에 초유의 위기 상황도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었습니다. 자격연수로 오랜 공백 중에 들른 자전거 마라톤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하늘은 맑고..

나의 이야기 2023.08.26

어렸을 땐 외갓집, 커서는 처갓집, 학교에선?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딱 그런 격이다. 건장한 아들이 둘이나 되건만 이럴 땐 늘 안 보인다. 할 수 없이 처갓집 한 보따리는 부부가 옮겨야 한다. 결혼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김치와 쌀을 비롯한 기본 식량은 모두 처갓집에서 나온다. 오랜만에 영암에서 가족들을 만나 김장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서울, 광주, 순천의 네 딸들은 각자의 집으로 가져갈 친정 엄마의 정성들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나를 포함한 사위들은 “어렸을 때는 외갓집 것을 먹고, 커서는 처갓집 것을 먹어야 한다.”는 오랜 어른들의 말씀이 딱 맞다며 서둘러 짐을 꾸려 각자의 집으로 출발한다. 유난히 쿵짝이 잘 맞는 처갓집 식구들과 지난해 추석을 우리 학교에서 보낸 적이 있었다. 집에서 치루는 명절은 온전히 장모님 몫이어서 집..

나의 이야기 2023.08.26

편 나눠 경쟁하기 싫어요

“저는 이런 놀이 싫어해요. 왜 편을 나눠서 경쟁해요.” 1학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딱히 반박할 수는 없어서 “이기지 않아도 돼. 그냥 놀면서 하자.”로 얼버무렸다. **이가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다. 초반에는 열심히 재미있게 참여했었는데, 좀 전에 했던 삼팔선과 달리 신체 접촉이 빈번해 지면서 죽는 횟수가 늘어나자 나온 반응이었다. 그렇다. 모두가 좋아하는 삼팔선 놀이는 닿기만 해도 목숨이 결정되는 단순한 경기 규칙 때문에 체격, 근력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해바라기는 차원이 다른 놀이다. 전래 놀이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오징어 놀이의 원형 쯤 되는 이 경기는 처음으로 신체 접촉이 허용되며 밀고 당기고를 통해 작은 부상 위험을 감수한다. 심판의 영이 서지 않으면 곧바로 벤치 클리어링..

나의 이야기 2023.08.25

맨발로 운동장을 걸어본 적 있나요?

장마가 길어지니 짱구쌤 수업도 만만치 않다. 아이들도 나도 운동장 놀이 수업이 좋은데 맨날 비가 오니 고민이 많다. 책 읽어주는 것도, 계기 수업하는 것도 나름 좋지만 이미 놀이 수업에 맛을 들인 녀석들의 반응은 온도차가 심하다. 뭘 해도 “언제 운동장 나가나요?”로 토를 단다. 그래서 이번 주는 아예 운동장에서 비를 맞는 수업을 작정하고 시작한다. 그림책을 한 권 읽어주니 예상했던 대로 “오늘도 운동장 안 나가요?”를 합창한다. “자, 양말을 벗고 우산 쓰고 맨발로 운동장으로 모이세요!” 우레탄 놀이터를 지날 때 빗줄기가 거세진다. 도서관 시멘트 주차장과 지킴이 부스를 지나 새로 만든 잔디밭에 올라선다. 탄성이 터진다. “폭신폭신해요. 간지러워요.” 나무 데크에서 숨을 한 번 고른 후 본격적인 운동장 ..

나의 이야기 2023.08.25

우리 모두에겐 우물가 유전자가 있다

“나한테는 독서하라고 하지만 안방에서 맨날 핸드폰으로 드라마 보는 것은 엄마야.” “우리 아빠는 내가 아직도 아기인 줄 아나 봐. 시도 때도 없이 뽀뽀해주래.” 성*이는 과묵하고 작게 웃는 미소가 매력적인 아이지만 수돗가에서 빨래터가 열리면 누구보다 수다 많은 아이로 변한다. 성*이만 그런 게 아니라 운동화 솔을 들고 있는 모두가 그랬다. 이쯤 되면 수천 년 내려온 우물가 유전자가 한국인 모두에 깊이 간직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짱구쌤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이들 사이에서 묵은 때 가득한 실내화를 빨고 있노라면 이야기 판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 덕분에 아이들과 친해지고 덤으로 운동화는 새 빛을 발한다. 초등 보통교육을 받은 아이가 스스로 자기 실내화를 빨지 못한다? 6학년이 구례에서 광주에 있는 외할머..

나의 이야기 2023.08.25

국수는 승소(僧笑), 아니 짱소!

“교장샘! 왜 이리 늦게 오셨어요. 국수 다 불겠네.” 조리사님이 교무실에 일부러 전화까지 해서 찾았다는데 난 그때 목공실에서 나름 바빴다. 매일 같은 시각에 점심을 먹는데 오늘 유독 애타게 찾은 이유는 국수 때문이다. 워낙 국수를 좋아하기에 메뉴에 그것이 보이면 배식하는 내내 큰 소리로 떠들어대니 급식실 식구 모두 짱구쌤의 국수 사랑을 모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워넌히 비교될 만큼 많은 양의 국수를 담아주면서 부족하면 얼른 오라는 당부도 덧붙인다. 절집에서 국수가 나오는 날은 그 점잖은 스님들도 싱글벙글이란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매일 같은 일과 비슷한 음식이 수행으로 반복되는 곳에서 국수와 같은 변주는 일상에 생기를 불어 넣는 작은 이벤트가 되고도 남는다. 그래서 국수를 스님(僧)들을..

나의 이야기 202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