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핀란드는 그만, 이제부턴 용방 가자!

짱구쌤 2023. 8. 25. 14:41

용방초 공간혁신 참여설계 기록전시회 포스터. 각각의 교실을 마실 다니듯, 골목길 돌아 산책 나가듯 이야기와 추억이 있는 학교 공간을 꿈꾼다.

우리의 꿈은 비슷했다. 세상에 없던 학교를 만들어 보자는 것. 긴 복도와 같은 규격의 교실, 넓은 운동장과 직육면체의 외관을 갖춘, 교도소, 병원과 별 구분이 안 되는 관리 중심형 학교를 지양하자고 했다.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집과 같이 편안한 곳, 배움과 쉼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2년 반 동안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해 그 꿈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 건물에 모든 교실을 집어넣지 않는다. 학년 군별로 독립 주택을 만들고 그것을 [배움의 집]이라 부른다. 가령 1, 2학년이 쓰는 배움의 집 1호에는 1학년과 2학년 교실이 운동장 쪽으로 위치하며, 공동으로 사용하는 학급 거실을 둔다. 거실에는 일반 가정집처럼 간이주방과 화장실, 안락한 소파가 있다. 중목구조의 목조주택이고 박공지붕에 천창이 있다. 바닥난방을 하고 교실에서 운동장 쪽으로 통창과 툇마루를 둔다. 처마를 길게 내어 그늘을 만들고 툇마루에서 비내리는 풍경을 감상한다. 층고는 보통 교실의 1.5배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배움의 집이 4개가 있고 이중 5,6학년 배움의 집은 2층으로 건축하여 최고학년의 권위와 바램을 담기로 했다. 물론 배움의 집은 현관과 사이 마당이 있어 일반 전원주택의 독립성이 보장된다.

 

이렇게 독립적인 배움의 집을 연결해주는 것이 [함께 쓰는 집]이다. 동선을 줄이고 상호 소통을 위해 ㄷ자 모양의 중정을 둔 함께 쓰는 집이 들어선다. 함께 쓰는 집은 2층으로 구성되는데 1층에는 교무행정실, 보건실, 로비, 역사관(갤러리)2층에는 멀티미디어실, 예체능실, 창의융합실이 있다. 1,2층을 통으로 쓰는 도서관이 중심이다. 도서관은 팽나무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며 주말에는 지역사회와 마을 학교 등에 개방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시건장치를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멋지고 오래된 소나무를 둘 것이다.

 

한때 1,100명이 다녔던 넓은 운동장은 쓸모 있게 바꾼다. 1/3 정도의 마사토 운동장, 생태가 살아있는 둔덕 놀이터로 디자인된다. 기존의 생태연못, 데크 쉼터와 어우러져 대학 캠퍼스와 같은 공원이 완성되는 것이다. 마치 마을로 마실 나가듯, 교내 곳곳을 배움과 쉼터로 활용하는 마실 배움터는 지리산과 섬진강과 잘 어우러지는 높이와 색감으로 편안함을 줄 것이다. 탄소를 줄이고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장치도 갖출 것이다. 건물마다 빗물저금통과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고, 천창을 둔 목조건축은 자연채광 등을 통해 생태학교에 딱 맞는 건축물로 재탄생한다.

 

모두가 꿈꿨지만 실현할 수 없었던 일을 우리 힘으로,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 세상에 없던 학교, 그래서 핀란드는 그만, 이제부턴 용방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