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리 모두에겐 우물가 유전자가 있다

짱구쌤 2023. 8. 25. 14:48

지금은 전학 간 성*이가 2학년일 때 그린 그림. 짱구쌤과 실내화 빨기를 마치고 담임샘과 후속 수업에서 그렸다고 했다. 기분 좋아지는 색감과 부풀어 오른 거품이 절로 웃음 짓게 한다.

나한테는 독서하라고 하지만 안방에서 맨날 핸드폰으로 드라마 보는 것은 엄마야.”

우리 아빠는 내가 아직도 아기인 줄 아나 봐. 시도 때도 없이 뽀뽀해주래.”

*이는 과묵하고 작게 웃는 미소가 매력적인 아이지만 수돗가에서 빨래터가 열리면 누구보다 수다 많은 아이로 변한다. *이만 그런 게 아니라 운동화 솔을 들고 있는 모두가 그랬다. 이쯤 되면 수천 년 내려온 우물가 유전자가 한국인 모두에 깊이 간직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짱구쌤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이들 사이에서 묵은 때 가득한 실내화를 빨고 있노라면 이야기 판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 덕분에 아이들과 친해지고 덤으로 운동화는 새 빛을 발한다.

 

초등 보통교육을 받은 아이가 스스로 자기 실내화를 빨지 못한다? 6학년이 구례에서 광주에 있는 외할머니댁을 혼자 찾아가지 못한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불리우는 요즘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뭔가 해내는 힘이 지금만큼 약한 경우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니 서른 넘어서도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적어도 학교 교육에서 그런 기회를 자주 주는 것이 교육과정의 본령이었으면 좋겠다. 역량 말이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삶의 힘을 기르는 것이라 이해했다. 생활과 동떨어지지 않은,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을 해결해 내는 힘을 기르는 교육, 실내화를 빠는 일이 그러기를 바랬다.

 

1학년 때 위의 이쁜 그림을 그린 성*이는 3학년을 마치기도 전에 경기도로 전학을 갔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짱구쌤 수업을 통해 실내화 빨기를 했었는데 수업 후에 보내준 그림 덕분에 참 행복했다. 밝은 그림과 거품처럼 적당히 부풀어 오른 글씨를 보고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 짱구쌤은 잘 있단다. 형이랑 나중에 꼭 한 번 놀러 오렴. 네가 좋아하는 레몬 아이스티 맛있게 만들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