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렸을 땐 외갓집, 커서는 처갓집, 학교에선?

짱구쌤 2023. 8. 26. 17:22

싼타페 짐칸을 가득 채운 영암 덕진발 꾸러미들이다. 아파트 현관 앞에 내려진 이 많은 짐들을 본 주민 왈, “장모님 등골께나 휘었겄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딱 그런 격이다. 건장한 아들이 둘이나 되건만 이럴 땐 늘 안 보인다. 할 수 없이 처갓집 한 보따리는 부부가 옮겨야 한다. 결혼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김치와 쌀을 비롯한 기본 식량은 모두 처갓집에서 나온다. 오랜만에 영암에서 가족들을 만나 김장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서울, 광주, 순천의 네 딸들은 각자의 집으로 가져갈 친정 엄마의 정성들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나를 포함한 사위들은 어렸을 때는 외갓집 것을 먹고, 커서는 처갓집 것을 먹어야 한다.”는 오랜 어른들의 말씀이 딱 맞다며 서둘러 짐을 꾸려 각자의 집으로 출발한다.

 

유난히 쿵짝이 잘 맞는 처갓집 식구들과 지난해 추석을 우리 학교에서 보낸 적이 있었다. 집에서 치루는 명절은 온전히 장모님 몫이어서 집을 일단 탈출해 보자는 자식들의 꼼수는 일단 성공적이어서 뭔 명절을 딴 데서 보낸다냐?”며 시큰둥하셨던 장모님도 막상 집을 떠나니 홀가분하신 건지, 자식들 다 모이니 흡족하신 것인지 웃음기가 가득하다. 달 밝은 날 정자에서 오랜 정담도 나누고 다음 날은 일찍부터 서둘러서 노고단까지 올라갔다. 더없이 좋은 추석이었다. 이태 전에 돌아가신 장인어른을 모시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직장 동료들과 가끔 읍내에서 하는 번개 모임은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수업 공개가 있는 날, 조금 큰 학교 행사를 마친 날, 비님이 그럴싸하게 오는 날, 그냥 별 이유 없이 눈들이 마주친 날엔 번개가 돈다. 용식이 삼겹, 아지터, 술고래 등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오는 곳에 모여 학교 안에서는 절대 나누지 못할 말과 분위기로 결속한다. 늘 적당한 때에 모임이 정리되고 호기있게 짱구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오늘은 내가 쏩니다.” “왜요?” “어렸을 땐 외갓집, 커서는 처갓집, 학교에선 교장 것 먹고 살자!” “푸하핫대부분의 거사는 실패로 끝나고 1/N된 계산서가 그날 밤이 가기 전에 도착한다. 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