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편 나눠 경쟁하기 싫어요

짱구쌤 2023. 8. 25. 14:51

짱구쌤과 하는 두 번째 놀이, 해바라기 설명서. 삼팔선에서 한발 진화한 신체 접촉형 놀이로 아이들의 민원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한다. 한바탕 땡깡을 부리고도 또 찾는 중독성 강한 놀이다.

저는 이런 놀이 싫어해요. 왜 편을 나눠서 경쟁해요.”

1학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딱히 반박할 수는 없어서 이기지 않아도 돼. 그냥 놀면서 하자.”로 얼버무렸다. **이가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다. 초반에는 열심히 재미있게 참여했었는데, 좀 전에 했던 삼팔선과 달리 신체 접촉이 빈번해 지면서 죽는 횟수가 늘어나자 나온 반응이었다. 그렇다. 모두가 좋아하는 삼팔선 놀이는 닿기만 해도 목숨이 결정되는 단순한 경기 규칙 때문에 체격, 근력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해바라기는 차원이 다른 놀이다. 전래 놀이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오징어 놀이의 원형 쯤 되는 이 경기는 처음으로 신체 접촉이 허용되며 밀고 당기고를 통해 작은 부상 위험을 감수한다. 심판의 영이 서지 않으면 곧바로 벤치 클리어링도 일어날 수 있다.

 

1992년 첫 발령 때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는 경기는 삼팔선과 해바라기 뿐이다. 다른 경기는 호불호가 분명해서 모두가 좋아할 수 없었지만 이 두 경기는 학년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한다. 우선 규칙이 간단하고 팀 대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칙이 복잡하면 필연적으로 이탈자가 발생하고, 팀 대항이 아니면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팀 대항이라야 희생, 단결, 전략 등이 번뜩이고 내면의 깊은 승부 유전자가 발동한다. 아마도 **이는 이 깊은 승부 유전자가 싫었을 것이다.

 

열두 살까지는 일체의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다. 스포츠를 제외하고는어떤 책인지는 모르겠으나 북유럽의 혁신교육을 소개한 부분에서 읽은 듯하다. 초등학교에서 일제식 시험과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는 것이 어디 북유럽 뿐이겠는가? 협력의 기쁨과 효용성을 배울 기회를 학교에서 충분히 제공하고 제한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경험하게 해야 배움에서 멀어지지 않을 것이다. “**, 다음에는 힘이 센 편에 들어갈 지도 모르니 너무 실망하지 마. 그리고 너도 네가 생각한 것보다는 힘이 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