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국수는 승소(僧笑), 아니 짱소!

짱구쌤 2023. 8. 25. 14:46

인터넷에서 국수를 먹는 스님 그림과 짱구 그림을 찾아 합성해서 그렸다. 스님이 살짝 미소 짓는 걸로 이해해 주시기를..

교장샘! 왜 이리 늦게 오셨어요. 국수 다 불겠네.”

조리사님이 교무실에 일부러 전화까지 해서 찾았다는데 난 그때 목공실에서 나름 바빴다. 매일 같은 시각에 점심을 먹는데 오늘 유독 애타게 찾은 이유는 국수 때문이다. 워낙 국수를 좋아하기에 메뉴에 그것이 보이면 배식하는 내내 큰 소리로 떠들어대니 급식실 식구 모두 짱구쌤의 국수 사랑을 모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워넌히 비교될 만큼 많은 양의 국수를 담아주면서 부족하면 얼른 오라는 당부도 덧붙인다.

 

절집에서 국수가 나오는 날은 그 점잖은 스님들도 싱글벙글이란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매일 같은 일과 비슷한 음식이 수행으로 반복되는 곳에서 국수와 같은 변주는 일상에 생기를 불어 넣는 작은 이벤트가 되고도 남는다. 그래서 국수를 스님()들을 웃게() 하는 것, 승소라 부른다고 한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도 삶터에 에너지를 주는 일이 많아지길 바랬다. 師笑, 學笑, 父笑, 女笑, 男笑... 선생님을 웃게 하는 것, 아이들을 웃게 하는 것, 부모님을 웃게 하는 것, 여성을 웃게 하는 것, 남성을 웃게 하는 것들 말이다.

 

짱구쌤을 웃게 하는 것은 부지기수다. 어디를 둘러봐도 눈맛 시원한 풍경이 제일 그랬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속까지 다 보이는 아이들이 그랬고, 증명할 필요 없는 휴머니스트, 교사들과 직원들이 그랬고, 편안한 쉼터에서 듣는 6시 세상의 모든 음악이 그랬다. 작고 짧은 기쁨이 곳곳에서 시시때때로 나타나고, 돌아오지 않을 흐뭇함이 그 자리에서 충만하길.

짱소 나오는 날은 일찍 가겠습니다. 염치불구하고 한 그릇 더 받아서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