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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g 살찌우겠습니다^^

20년 만에 만난 제자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난 1월 1일 용*이는 멋진 청년으로 나타났고, “저 다음 달에 결혼합니다.”라며 부끄러워했다. 오랜만에 만나서도 좋았지만 결혼한다는 말은 더욱 좋았다. 한 해 통틀어 40명의 신생아도 태어나지 않는 작은 지방에 서 선생을 하면서, 제일 반가운 일은 결혼하는 청춘들을 보는 것이며 그것이 제자라면 물어서 무엇하겠는가? 용*이는 지난밤 4시간도 잠들지 못했다고 했는데 아마도 오늘 펼쳐질 멋진 결혼식에 대한 기대와 걱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랑 입장 중에 하객석을 향해 몇 차례의 중세 기사식 인사를 했고, 마지막 도착과 함께 행진곡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끝이 났다. 멋진 행진이었다. 두 사람의 노래 공연은 참 듣기 좋았는데, 완벽한 하모니와 ..

어깨동무 2024.02.24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

프랑스 문학의 앙팡 테리블 「브람스를 아세요」, 「슬픔이여 안녕」을 쓴 프랑수아즈 사강은 순식간에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은 ‘매혹적인 작은 악마’다. 신경 쇠약, 수면제 복용, 정신병동 입원, 마약 복용, 그리고 노년의 파산. 20살 즈음에 얻은 명성과 부를 평생 유지하기엔 그녀는 너무 어렸고 열정적이었다. 누구나 그렇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아직도 많이 인용되는 그녀의 명언(?)이다. 이 책은 갑작스러운 명성에, 유럽과 미국, 전 세계로 이어지는 강연과 초청, 연일 이어지는 파티와 여행 중 그녀다움을 붙잡고 싶어, 친구인 베로니크에게 보낸 편지 모음집이다. 그러니까 빨리 편지해 줘, 최대한 길게 답장해 줘 모두 서른아홉 통의 편지글이다. 서로를 플릭, 플록으로 부르며 써 내려간 편지..

책이야기 2024.02.21

용방을 떠나며

정든 용방을 떠나며 먼저 3월 1일자 인사 이동에 의해 희망하시는 곳으로 옮기시는 여러 선생님들께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시작이 조금은 힘들겠지만 이내 좋아지실 겁니다. 세상에 없던 학교, 용방 출신답게 어깨 펴고 씩씩하게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4년간의 용방초 교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곳을 떠납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 덕분에 무사히 임기를 채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용방에서의 4년은, 아무 날을 콕 집어내더라도 어느 것 하나 아쉬울 게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세상 아름다운 풍경에서 니것 내것 가리지 않은 착한 사람들 속에서,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지난 30여년 선생으로 살면서 꼭 이뤄보고 싶은 학교에 가장 ..

어깨동무 2024.02.20

20년 전 영상이 복원되었다

20년 전 제작해서 나눠준 시디앨범이 복원되었다. 나에겐 없어진 지 오래고 제자들 몇몇이 가지고 있던 모양인데 S전자 다니는 제자가 영상을 재생 시켰다고 한다. 오래전 촌스러운 나도 등장하고, 월출산 천황봉 학급 등반, 완도 약산 섬여행도 나온다. 같이 데려간 첫째 아들 녀석의 어릴 적 모습도 신기하다~~ 함께 복원된 400장이 넘는 사진을 보니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어제 헤어진 듯 당시의 숨소리와 공기까지 선명하다.

어깨동무 2024.02.11

[용방이야기11] 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

“내 인생 최고의 장면은 바닷가 소풍이란다.” 이탈리아의 어느 바닷가에서 여름밤을 함께 보낸 그때의 10대 친구들은 모두 할머니가 되었을 것이다. 현재는 남루했고 정해지지 않은 미래는 두려웠지만 싱그러운 청춘들은 함께 웃을 수 있어 견딜 만했다. 주름 가득한 할머니의 생신날, 주름살이 궁금한 손녀에게 인생 최고의 날들을 이야기하는 여든 할머니는 아름답다.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날, 딸을 낳은 날, 딸이 결혼한 날 등 웃음과 행복 가득한 날에 생긴 주름살이 부끄럽지 않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도 있지만 읽는 내가 더 좋아하는 그림책들도 있다. 이 책이 그랬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네 최고의 날은 언제였어? 생일날, 자전거 생긴 날, 동생 태어난 날, 해외여행 간 날, 워터파크 놀러 간 날, 첫..

나의 이야기 2024.01.28

[용방이야기10] 용방에서 한솥밥 먹고 헤어진 19명 선생님께

3월 2일, 반가운 만남이 있으면 아쉬운 헤어짐도 있는 법, 4년여 그간 19명의 직원들과 작별을 했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 6개월까지 한솥밥을 먹었으니 우린 식구와 다름없다. 네 분이 정년 퇴임을 했고, 한 분이 교장 승진을, 두 분이 이곳에서 결혼을 했으니 좋은 터는 분명하다. 이지○ 행정사님, 김누○ 선생님, 김대○ 선생님, 김효○ 선생님, 구효○ 선생님, 송경○ 선생님, 변현○ 선생님, 이나○ 선생님, 임영○ 실장님, 이태○ 실장님, 홍승○ 실장님, 서미○ 실장님, 남규○ 주무관님, 심학○ 여사님, 이지○ 선생님, 최지○ 행정사님, 김고○ 주무관님, 이소○ 주무관님, 염정○ 조리사님. 언약은 강물처럼 흘러가겠지만 만남이 꽃처럼 피어나길 바라며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본다. 가장 최근에 헤어..

나의 이야기 2024.01.28

[용방이야기09] 나도 빨리 좋은 형이 되고 싶어요

“도*아! 이리 와, 형이랑 같이 가자!” “그래. 형” 입학하고 10일이 지난 아침 시간, 에듀버스에서 내린 도*이는 아직도 등교가 버겁다. 엄마와 헤어져 혼자 타는 버스도 그렇고, 누나 시*이는 1학년 적응하느라 동생 챙겨주기엔 무리다. 그런데 오늘은 같은 유치원 후*이형이 손을 잡아 준다. 사실 입학식 때 보았던 도*이는 걱정이 많았다.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두고 돌아서려는 엄마의 마음도 그랬을 것이다. 같은 유치원 아이들보다 한 뼘은 더 커 보이는 후*이는 늘 동생들에게 다정하게 대한다. 처음 유치원에 와서 엄마와 잘 떨어지지 못하는 동생을 보니 안쓰러웠던지 아침 등교 시간 이렇게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간다. 이곳 용방을 포함해서 혁신학교는 3번째다. 혁신학교 교육과정을 이야기할 때 빠지..

나의 이야기 2024.01.28

[용방이야기08] 잉어 훔쳐 간 사람을 그냥, 어! 전부 숨어 있네^^

“지난 4년간 학교 물건 잃어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학교에 오면 누구나 착해지나 봐요~” 정말 그랬다. 새로 만든 데크 쉼터나 복층 정자에 멋진 캠핑용 의자, 빈백, 체스, 만화책 등을 두어도 누구 하나 손대지 않고 그대로였다. 봄철 별목련꽃이 흐드러져서 주말이면 백여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학교를 자랑할 일이 생기면 단골 레퍼토리로 빠지지 않는 것이 ‘높은 시민 의식’이었다. 그런데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개학을 앞두고 새로 조성한 생태연못에 아이들을 놀라게 할 비단잉어를 들였는데 월요일에 출근해 보니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으니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것도 들여놓은 지 3일도 안 된 생물을. CCTV를 돌려봐도 의심할 만한 점이 없자, 급기야는 지능범의 소행..

나의 이야기 2024.01.28

[용방이야기07] 언제나 빛나는 당신입니다^^ 그런데 어디에 있나요?

교직원 다모임의 첫 순서는 한 달간 생활한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방학하자마자 일을 해치우고 제주도로 갔습니다만 그날부터 태풍이 불어 연수 내내 바람과 함께 했습니다. 제주도 분들은 이 정도 바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네요. 오늘 할 일도 내일로 미루자라며 좀 쉬었더니 3주가 흘러갔더라구요. 정신 차려 원격연수 받고 성적 처리했더니 개학이네요. 방학 때 아이가 전지훈련을 가서 편했는데 이번에는 집에 있어서 내내 아이들 수발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저는 출근 체질인가 봐요. 출근하니 생기가 도네요. 노고단에 올라갔어요. 여름엔 처음이었는데 푸른 하늘, 탁 트인 시야. 멋진 풍경이었어요. 한 번들 가보세요. 베트남 다녀와서 좀 쉬었다가 근무하고 마지막 한 주를 푹 쉬었어요. 넷플릭스로 애니메이션을 보았는데 ..

나의 이야기 202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