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02

제8회 용방 자전거 마라톤을 마치고

2021년 제7회 용방 자전거 마라톤은 잊을 수 없다. 1학년 *만이는 마라톤 도전 일주일 전까지도 자전거를 제대로 타지 못했다. 담임선생님의 특별지도는 스파르타식이어서 운동장에서 수없이 넘어지는 장면이 반복되었지만 좀처럼 실력은 늘지 않았다. 성질 급한 짱구쌤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는 밑천만 드러낼 뿐이었다. 전원 도전, 전원 성공을 모토로 7년째 이어지는 우리 학교 자전거 마라톤이 위기에 처해 졌고 긴급회의가 열렸다. *만이를 위해 교감 선생님이 일대일로 붙어서 10km 자전거도로 대신 운동장을 돌기로 했다. 자전거 마라톤은 10, 20, 30, 40, 50km 코스로 나눠지는데 자기 실력껏 목표를 정하고 도전을 하는 방식이다. 섬진강을 따라 지리산을 바라보며 달리는 코스는 환상,..

나의 이야기 2023.08.25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퓨전 음악 그룹 의 음악을 좋아한다. 특별한 장르를 고집하지 않고 세계 각국의 음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그룹이다. 국악인 김준수가 함께 참여한 를 듣노라면 그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음악을 짐작할 수 있다. 두 번째 달처럼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이다. 개인적으로 혁신학교를 두 번째 교단이라 부른다. 학교의 역할과 수업의 본질, 동료성에 기반한 집단 지성, 삶에 밀착된 융통성 있는 교육과정은 내가 꼽는 혁신학교의 특징들이다. 10년이 넘는 기간 세 곳의 혁신학교에 근무하며 더욱 성장했다고 믿는다. 저녁 6시. 두 번째 하루의 시작이다. 클래식FM 라디오에서는 늘 같은 오프닝이 나온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년째 을 진행하는 전기현씨의 감미로운 목소리다. 팝과 가요를 제외한 각국의 음악을 ..

나의 이야기 2023.08.25

임가이버가 나타났다!

침대 매트리스를 재활용해서 제작한 신기술 제품이 운동장을 말끔하게 치우고 있다. 도무지 잡히지 않던 풀들을 조기에 제거하는 최첨단 발명품이다. 오늘도 생태 텃밭에서 아이들이 분주하다. 익숙하게 빗물 저금통의 손잡이를 돌려 시원하게 나오는 물을 받아 정성스레 뿌려 준다. 파란색 물탱크는 오래된 창고의 지붕과 연결되어 빗물을 모으는 친환경 발명품이다. 빗물 저금통 2호다. 이보다 3개월 전에 이미 실에 1호를 설치했다. 노고단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데크 쉼터가 만들어졌다. 넓은 데크는 경사 지붕과 배경 디자인벽을 갖춘 노천 카페다. 캠핑 의자와 라탄 소파가 놓이고 음향 시스템까지 가능하니 여느 쉼터가 부럽지 않다. 아이들에겐 댄스 연습장과 야외 수업이, 어른들에겐 점심 시간 카페로 인기다. 팽나무 아래 오..

나의 이야기 2023.08.25

앉아서 미래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28년간 교사를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교장이 되었다 하여 없던 리더십이 생길 리는 만무합니다. 그러니 하던 일을 잘하는 교장이 되겠습니다.” 3년 전 부임했을 때 직원들께 보낸 첫 문자메시지다. 하던 일이란 당연히 수업이었기에 지금까지 부족하나마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고. 새로운 리더십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뜬금없는, 나와 별 관계없는 그것이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믿는다. 교육부 공모사업인 학교단위 공간혁신 대상 학교에 선정되면서 전남교육청으로부터 미래형혁신학교로 지정을 받았다. 2016년부터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폐교 위기를 넘어선데다 공간혁신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받아든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교직원들은 기대와 함께 걱정도 많았으니, ‘미래’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

나의 이야기 2023.08.25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슬찬(가명)이의 꿈은 명확하다. “저는 포크레인 기사가 될 겁니다. 자연과학고에 가서 자격증을 따고 아빠처럼 포크레인 기사가 되면 좋겠어요. 직접 멋지게 집도 짓고 예쁜 여자와 결혼도 하구요.” 도움반 단짝 이철(가명)이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지내다 보니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미안하다는 사과부터 하는 친구 사이다. 이철이도 꿈을 이미 정해 놓았다. 택배 사장님이다. 친구들과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택배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이다. 한때 경찰관을 꿈꾼 적도 있지만 택배를 하는 부모님을 보니 이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슬찬이가 가끔 자기를 무시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친구이다. 해먹에 누워 하늘멍 할 때도 좋지만 이렇게 둘이 앉아 도란도란하..

나의 이야기 2023.08.25

그러니, 교장인 나만 잘하면 된다

“심 안드요? 난 귀떼기 떨어지겄소. 징하게 춥네.” 칼바람 부는 겨울 아침에 부실하디 부실한 교장이 교문통에 서 있으니 짠하기도 했으리라. 지금은 퇴임한 심여사님은 우리 학교에서 10년 동안 청소일을 하셨다. 퇴임을 앞두고 가장 아쉬운 것은 “남 차려주는 급식 밥 못 먹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쌀쌀맞은 말투에 겁(?)이 났으나 이내 마음자리가 따뜻하고, 풍류를 사랑하는 멋진 분이란 걸 알고 나서는 이무럽게 지냈다. 회식 자리에서 멋지게 뽑던 노랫가락과 송별회에서 펑펑 울던 기억이 또렷하다. “학교 울타리에 존재하는 모든 어른들은 다 선생님이다.” 모든 교직원들이 같은 명함을 공유하면 좋을 듯하여 교장 부임 첫해 스승의날을 기념하여 이벤트 명함을 제작하여 한 세트씩 선물로 돌렸는데 우리 심여사님..

나의 이야기 2023.08.25

학교,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곳

분주한 아침, 한 대의 자동차에서 두 아이가 내리면 엄마는 한참 본관에 걸린 국기를 바라보다 다시 차에 오른다. 이역만리 어머니 나라를 떠나 가정을 이뤄 살고 있지만 한시도 잊은 적 없는 모국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준 학교에 대한 고마움 아니었을까? 학교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모두에게 따뜻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종교, 국적, 성별, 이념 등 모든 차이에 앞서야 하며 교육과정으로 실행해야 한다. 우리 학교에는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국기가 태극기와 함께 사이좋게 걸려있다. 짐작한 대로 우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어머니 나라 국기들이다.다. 해당 다섯 가정의 동의를 얻어 여러 나라의 국기를 게양한 이유는 분명하다. 학교에 들어서면 누구나 저마다의 빛깔로 빛나게..

나의 이야기 2023.08.25

짱구쌤은 교장샘을 몇 번 해봤어요?

#1 모래 씨름장 “짱구쌤, 짱구쌤은 교장샘을 몇 번 해봤기에 그렇게 잘해요.” “하하, 근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실내화도 잘 빨고 드릴도 잘하잖아요.” “응, 그래. 교장샘은 처음이지만 교장질은 여러 번 했어.” #2 정자 1학년 한 녀석이 시원한 레몬아이스티를 대접받고 돌아서서 말한다. “짱구쌤, 세상이 참 따뜻해진 것 같아요.” “그래. 살다 보면 따뜻한 일 참 많단다.” “그러니까 모두 반 팔을 입고 다니잖아요.” “.....” #3 도서관 앞 “2024년 새집을 짓다!” 도서관 외벽에 걸린 학교 개축 관련 현수막을 한참 보던 꼬맹이가 진지하게 묻는다. “짱구쌤, 새들이 얼마나 많이 살기에 집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어요?” #4 명상숲 흔들그네 점심 후 커피를 들고 소란스러운 녀석들을 피해 ..

나의 이야기 202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