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임가이버가 나타났다!

짱구쌤 2023. 8. 25. 13:54

임주무관님의 스타렉스에 대형 타이어가 실린 매트리스가 매달린다. 넓디넓은 운동장의 풀은 웬만해선 잡히지 않는다.

침대 매트리스를 재활용해서 제작한 신기술 제품이 운동장을 말끔하게 치우고 있다. 도무지 잡히지 않던 풀들을 조기에 제거하는 최첨단 발명품이다.

 

오늘도 생태 텃밭에서 아이들이 분주하다. 익숙하게 빗물 저금통의 손잡이를 돌려 시원하게 나오는 물을 받아 정성스레 뿌려 준다. 파란색 물탱크는 오래된 창고의 지붕과 연결되어 빗물을 모으는 친환경 발명품이다. 빗물 저금통 2호다. 이보다 3개월 전에 이미 <용방뚝딱뚝딱>실에 1호를 설치했다.

 

노고단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데크 쉼터가 만들어졌다. 넓은 데크는 경사 지붕과 배경 디자인벽을 갖춘 노천 카페다. 캠핑 의자와 라탄 소파가 놓이고 음향 시스템까지 가능하니 여느 쉼터가 부럽지 않다. 아이들에겐 댄스 연습장과 야외 수업이, 어른들에겐 점심 시간 카페로 인기다.

 

팽나무 아래 오래된 정자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 아까운 마음에 리모델링을 결정하고 공모에 의해 다락이 있는 복층 정자로 재탄생했다. 경사계단을 만들고 품질 좋은 나무로 바닥을 두르니 만화책 읽기 딱 좋은 근사한 핫플이 되었다. 체스판과 쿠션까지 갖추었으니 이제 여름철 무더위도 이곳에서는 어림없다.

 

우리는 도전은 무모했다. 뭣 모르는 교장은 좋아 보이는 팽나무 두 그루에 트리하우스를 짓고 싶어했고, 솜씨 좋은 주무관님은 곧바로 설계도를 그리고 작업에 착수한다. 두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공사는 무려 6개월에 걸쳐 진행되었고 긴 겨울을 지나 봄에서야 완성되었다. 한 반이 전체 올라가서 나무 수업이 가능하고 1호와 2호 하우스는 야간 조명등이 있는 멋진 다리로 연결된다. 비 내리는 날이면 더욱 좋은 양철 지붕이 올라가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그물망이 쳐졌다. 대형 해먹이 두 개 설치되자 아이들은 환호했다.

 

이 모든 시설물은 임주무관님의 손에서 완성되었다. 30년 서비스직에서 퇴직하고 구례가 좋아 이곳에 직접 집을 짓고 정착한 충청도 사나이. 용접, 목공, 전기, 설비 등 못하는 것 없는 그가 나타나면 문제는 사라지고 놀라움 가득한 무엇이 탄생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임가이버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