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제8회 용방 자전거 마라톤을 마치고

짱구쌤 2023. 8. 25. 13:57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운동장에 패달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학교에만 오면 마음껏 탈 수 있는 내 자전거가 있다. 내 힘으로 저어가는 세상이다.

2021년 제7회 용방 자전거 마라톤은 잊을 수 없다. 1학년 *만이는 마라톤 도전 일주일 전까지도 자전거를 제대로 타지 못했다. 담임선생님의 특별지도는 스파르타식이어서 운동장에서 수없이 넘어지는 장면이 반복되었지만 좀처럼 실력은 늘지 않았다. 성질 급한 짱구쌤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는 밑천만 드러낼 뿐이었다. 전원 도전, 전원 성공을 모토로 7년째 이어지는 우리 학교 자전거 마라톤이 위기에 처해 졌고 긴급회의가 열렸다. *만이를 위해 교감 선생님이 일대일로 붙어서 10km 자전거도로 대신 운동장을 돌기로 했다. 자전거 마라톤은 10, 20, 30, 40, 50km 코스로 나눠지는데 자기 실력껏 목표를 정하고 도전을 하는 방식이다. 섬진강을 따라 지리산을 바라보며 달리는 코스는 환상, 그 자체이다. 그런데 자전거 도로는 강가 제방으로 이어져서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면 위험하기도 하고 완주도 어렵다.

 

일주일을 앞두고 비상 대책은 세웠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던 차에 마침내 *만이가 자전거를 제대로 타는 기적이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스파르타 담임선생님의 호령이 한창인 가운데 넘어지지 않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교장실에서 포착되었다. 돌고래 소리를 방불케 하는 담임선생님의 환호성이 들리고, 오래 전부터 탔던 아이처럼 천연덕스럽게 자전거를 굴리는 모습이란. *이는 10km 자전거 마라톤을 훌륭하게 완주했고 그날 받은 완주 메달을 하루 종일 차고 다녔다.

 

우리 학교가 자전거를 탄 지 9년이 되었다. 지금은 80여 대의 자전거가 주차장에 있고 언제든 타고 나갈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학교에 오면 나만의 마이카가 있어서 수업과 쉬는 시간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후문을 나서면 곧바로 자전거 도로가 시작되고 섬진강(서시천)과 지리산을 바라보며 20km 이상을 전용도로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자전거를 재미있게 탈 수 있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나만의 속도로 살겠다는 자기 선언이다. 오직 내 근육과 심장으로 세상을 저어가겠다는, 에너지를 덜 쓰고, 내 고장을 사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오늘도 1학년들은 새로 생긴 마이카가 신기해서 아침부터 운동장을 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