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래 씨름장
“짱구쌤, 짱구쌤은 교장샘을 몇 번 해봤기에 그렇게 잘해요.”
“하하, 근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실내화도 잘 빨고 드릴도 잘하잖아요.”
“응, 그래. 교장샘은 처음이지만 교장질은 여러 번 했어.”
#2 정자
1학년 한 녀석이 시원한 레몬아이스티를 대접받고 돌아서서 말한다.
“짱구쌤, 세상이 참 따뜻해진 것 같아요.”
“그래. 살다 보면 따뜻한 일 참 많단다.”
“그러니까 모두 반 팔을 입고 다니잖아요.”
“.....”
#3 도서관 앞
“2024년 새집을 짓다!”
도서관 외벽에 걸린 학교 개축 관련 현수막을 한참 보던 꼬맹이가 진지하게 묻는다.
“짱구쌤, 새들이 얼마나 많이 살기에 집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어요?”
#4 명상숲 흔들그네
점심 후 커피를 들고 소란스러운 녀석들을 피해 명상숲으로 갔다. 흔들그네에는 1학년 *진이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적당한 속도로 그네를 구르는 녀석의 옆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속도를 맞춰 흔들거렸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진아, 바람은 살랑이고, 햇살은 따습고 꽃도 예쁜데 새들까지 지저귀니 참 좋구나.” 혼잣말처럼 수작을 걸었다. 조금 있더니, “짱구쌤이 옆에 있으니 더 좋아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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