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앉아서 미래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짱구쌤 2023. 8. 25. 13:53

교문 초입에 서 있는 학교 팻말. 불확실한 미래에 어떻게 혁신까지 더하지? 우리가 잘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밖에.

“28년간 교사를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교장이 되었다 하여 없던 리더십이 생길 리는 만무합니다. 그러니 하던 일을 잘하는 교장이 되겠습니다.” 3년 전 부임했을 때 직원들께 보낸 첫 문자메시지다. 하던 일이란 당연히 수업이었기에 지금까지 부족하나마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고. 새로운 리더십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뜬금없는, 나와 별 관계없는 그것이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믿는다.

 

교육부 공모사업인 학교단위 공간혁신 대상 학교에 선정되면서 전남교육청으로부터 미래형혁신학교로 지정을 받았다. 2016년부터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폐교 위기를 넘어선데다 공간혁신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받아든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교직원들은 기대와 함께 걱정도 많았으니, ‘미래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을 거다. 뭣이 미래지? 거기에 미래형혁신이라니?

 

입을 모아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 미래는 적어도 AI챗봇 같은 기능적인 부분으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그런다고 뜬구름 잡는 담론, 가령 4차 혁명 같이 잘 알지 못하는 것에 기대지 않고 우리 방식으로 해석하고 돌파하는 수밖에 없었다. ‘앉아서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것으로 미래를 열자!’ 우리는 꾸준하게 지역과 생태를 붙잡고 혁신학교를 운영하였으니 미래에도 이 학교와 지역이 존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였다. 수많은 구례의 개인과 교육과정이 학교 울타리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고, 그것으로 구례를 사랑하고, 구례에서 오래 살아갈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공간이다. 내가 살아갈 곳을 바꾸어보는 적극적인 교육행위, 불편한 것을 고쳐보고, 새로운 곳을 창출해내는 공간혁신을 통해 미래를 펼쳐 보이고 싶었다. 지난 3년 동안 공간혁신과 관련한 여러 활동에 주력한 이유이다. 지역, 생태, 공간, 이것이 우리의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