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짱구쌤 2023. 8. 25. 13:51

운동장 건너 해먹에 두 녀석이 가면을 쓰고 앉아 있다. 마스크에 가면까지 썼지만 누군인 지 금방 알 수 있다.

슬찬(가명)이의 꿈은 명확하다. “저는 포크레인 기사가 될 겁니다. 자연과학고에 가서 자격증을 따고 아빠처럼 포크레인 기사가 되면 좋겠어요. 직접 멋지게 집도 짓고 예쁜 여자와 결혼도 하구요.” 도움반 단짝 이철(가명)이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지내다 보니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미안하다는 사과부터 하는 친구 사이다.

 

이철이도 꿈을 이미 정해 놓았다. 택배 사장님이다. 친구들과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택배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이다. 한때 경찰관을 꿈꾼 적도 있지만 택배를 하는 부모님을 보니 이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슬찬이가 가끔 자기를 무시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친구이다.

 

해먹에 누워 하늘멍 할 때도 좋지만 이렇게 둘이 앉아 도란도란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마스크에 가면까지 하고 있었지만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껌딱지 두 녀석이다. 슬쩍 다가갔더니 신발, 옷이야기가 한창이다.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어디든 살만하다. 그림자를 추월하려는 가망없는 질주의 시대에 자기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나아가는 녀석들, 어른들의 걱정은 크겠지만 단짝은 선하고 희망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