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02

시래기와 수세미가 걸린 학교 수돗가

“어린 사람들을 가르치는 건 처음이었어요. 3학년분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한다는 것도 잘 몰랐어요.” 칩코는 시종일관 아이들에 대해 경어를 사용했고, 웃음은 떠나지 않았다. 칩코는 작년 우리 학교에서 생태텃밭교육을 담당해 주신 청년 농부 선생님이다. “우당당탕 텃밭교실” [2022년 생태텃밭교육 공유회]라는 낯선 행사에 참석했다. 방중이라 땡땡이를 치고도 싶었지만 3학년 선생님은 이런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잊을만하면 오늘의 행사를 상기시켜주었다. “많은분들이 참석했으면 좋겠어요.” “아가씨 대기중”이라는 대담한 네온사인이 걸린 가요주점 2층 작은 도서관에는 교사, 학부모, 지역민, 생태텃밭 활동가, 아이들 등 30명이 넘게 모였고 온라인 중계도 했다. 동근과 상글, 이 보기 좋은 부부는 오늘 행사의 주최자이..

나의 이야기 2023.01.31

감수성에 대하여

비올 때는 쨍쨍한 해가 그립고, 복날 지나 뙤약볕에 서니 지난 주에 1학년 아이들과 했던 비오는날 운동장 걷기 수업이 간절하다. 발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차가운 모래의 감촉과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기울이는 시간은 내내 기억된다. 통나무 밑둥에 올라 까르르대며 저마다의 폼으로 한껏 멋을 부리는 청춘들은 아름답다. 감.수.성.이다.

나의 이야기 2022.07.27

수업에세이-오늘 못해도 돼~

[수업 나눔 에세이 2021-⑥] 오늘 못해도 돼~~ 교과/단원명 수학/6. 곱셈 주 제 몇의 몇배를 곱셈식으로 나타내기 수업자/대상 오**/2학년 13명 수업일 2021. 6. 29.(화) 2교시 3+3+3+4는 왜 곱셈식으로 나타낼 수가 없을까? 동기유발, 도입을 생략하고 곧바로 학습지에 들어간다. 1분 만에 해결하는 아이도 있고 도우미샘과 느긋하게 배우는 친구도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모둠으로 모이고, 각 3번 친구가 대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뚝딱, 모둠과 개별 배치가 서너 번 뒤바뀌고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합체와 변신을 넘나든다. 배움과 협력이 자연스러운 교실이다. 클라이막스는 점프과제라 불리는 ‘3+3+3+4는 곱셈식으로 나타낼 수 있나요?’ 모둠 토의를 거쳤음에도 전원 “..

나의 이야기 2021.07.01

나는 왜 학교에 가는가?

[수업 나눔 에세이 2021-④] 나는 왜 학교에 가는가? 교과 행정지원 주제 학교 울타리 안에 존재하는 어른은 선생님이다! 수업자/대상 문고운/전학년 66명 수업기간 2020. 01. 01. ~ 2021. 06. 30. “나는 왜 학교에 가지?” “난 아이들을 응원하러 간다.” “어떻게 응원하지?” “예쁨을 발견하기, 발견될 때까지 기다리기” -남양휴튼 103동 13층 김** 선생님 인생도처유상수 우리 아파트 위 13층에는 20여 년 전 영암에서 잠깐 전교조 활동을 같이했던 선배 선생님이 산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만 주로 계셨던 그 선생님과 난생처음 나눈 대화 끝자락, 절망뿐인 시골 고등학교에 오늘도 출근하는 자신에게 물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왜 학교에 가지?” 人生到處有上手. 세상에는 나를 넘어서는..

나의 이야기 2021.06.21

[수업에세이2021-3]

[수업 나눔 에세이 2021-③] 문제는 ‘좋은 수업’이 아니라 ‘행복한 수업’ 교과/단원명 즐생/1-1우리는 가족입니다 주 제 100일간 달라진 점 찾아 발표하기 수업자/대상 이**/1학년 7명 수업일 2021. 6. 9.(수) 2교시 100일 기념, 그것도 공개수업이라니^^ 아이의 백일잔치, 연인과의 100일째 만남 등 100일을 기념하는 일들은 여럿 봤지만 100일 수업이라니~ 그것도 1학년 학부모 공개수업! 수업자의 상상력에 놀라웠고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이에 대한 학교생활 궁금증이 최고조에 올라 있는 1학년 학부모답게 전원 참석, 시작부터 열기와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그저 신기하고 즐겁기만 한 100일 된 7명이 있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초등학생으로 입학한 지 10..

나의 이야기 2021.06.09

[수업에세이] 배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업 나눔 에세이 2021-①] 배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A ship in the harbor is safe. But that's not what ships are built for” 교과/단원명 과학/4. 물체의 무게 주 제 용수철저울을 사용해서 무게 측정하기 수업자/대상 김**/4학년 5명 수업일 2021. 4. 21.(수). 6교시 첫 과학수업 공개였어요. 다음날 수업 준비를 위해 거의 매일 1시간 이상 퇴근 시간을 미루는 수업자의 성실함이 그대로 드러난 시간이었다. 무난한 교과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택했다는 과학이 생각보다는 까다로워, 마침내 수업을 끝내고는 “날아갈 것 같아요.”라며 가장 홀가분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그러고 보니 내 교직생활 중 과학교과 수업 공개는 거의 기억이 ..

나의 이야기 2021.06.08

[수업에세이] 학교, 주인공을 경험하는 곳

[수업 나눔 에세이 2021-②] 스토리의 힘,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교과/단원명 과학/4. 자석의 이용 주 제 자석을 철로된 물체에 가까이 가져가면? 수업자/대상 김**/3학년 13명 수업일 2021. 6. 3.(목) 2교시 주연과 엑스트라의 결정적 차이 주연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죽지만, 가족과 친구도 있고, 애틋한 사랑도 해보았을 엑스트라는 말 없이 그냥 죽는다. 그래서 누구나 주인공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어른들 말씀에 “나 살아온 이야기를 하자면 소설 몇 권은 써야 해!”는 그냥 지나칠 말이 아니다. 누구나 스토리가 있고, 거기에 주목하면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수업, 주인공으로 세워 주는 일 시국인지라 학부모님들의 참여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나 절반 정도가..

나의 이야기 202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