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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학교에 가는가?

[수업 나눔 에세이 2021-④] 나는 왜 학교에 가는가? 교과 행정지원 주제 학교 울타리 안에 존재하는 어른은 선생님이다! 수업자/대상 문고운/전학년 66명 수업기간 2020. 01. 01. ~ 2021. 06. 30. “나는 왜 학교에 가지?” “난 아이들을 응원하러 간다.” “어떻게 응원하지?” “예쁨을 발견하기, 발견될 때까지 기다리기” -남양휴튼 103동 13층 김** 선생님 인생도처유상수 우리 아파트 위 13층에는 20여 년 전 영암에서 잠깐 전교조 활동을 같이했던 선배 선생님이 산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만 주로 계셨던 그 선생님과 난생처음 나눈 대화 끝자락, 절망뿐인 시골 고등학교에 오늘도 출근하는 자신에게 물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왜 학교에 가지?” 人生到處有上手. 세상에는 나를 넘어서는..

나의 이야기 2021.06.21

[수업에세이2021-3]

[수업 나눔 에세이 2021-③] 문제는 ‘좋은 수업’이 아니라 ‘행복한 수업’ 교과/단원명 즐생/1-1우리는 가족입니다 주 제 100일간 달라진 점 찾아 발표하기 수업자/대상 이**/1학년 7명 수업일 2021. 6. 9.(수) 2교시 100일 기념, 그것도 공개수업이라니^^ 아이의 백일잔치, 연인과의 100일째 만남 등 100일을 기념하는 일들은 여럿 봤지만 100일 수업이라니~ 그것도 1학년 학부모 공개수업! 수업자의 상상력에 놀라웠고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이에 대한 학교생활 궁금증이 최고조에 올라 있는 1학년 학부모답게 전원 참석, 시작부터 열기와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그저 신기하고 즐겁기만 한 100일 된 7명이 있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초등학생으로 입학한 지 10..

나의 이야기 2021.06.09

[수업에세이] 배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업 나눔 에세이 2021-①] 배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A ship in the harbor is safe. But that's not what ships are built for” 교과/단원명 과학/4. 물체의 무게 주 제 용수철저울을 사용해서 무게 측정하기 수업자/대상 김**/4학년 5명 수업일 2021. 4. 21.(수). 6교시 첫 과학수업 공개였어요. 다음날 수업 준비를 위해 거의 매일 1시간 이상 퇴근 시간을 미루는 수업자의 성실함이 그대로 드러난 시간이었다. 무난한 교과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택했다는 과학이 생각보다는 까다로워, 마침내 수업을 끝내고는 “날아갈 것 같아요.”라며 가장 홀가분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그러고 보니 내 교직생활 중 과학교과 수업 공개는 거의 기억이 ..

나의 이야기 2021.06.08

[수업에세이] 학교, 주인공을 경험하는 곳

[수업 나눔 에세이 2021-②] 스토리의 힘,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교과/단원명 과학/4. 자석의 이용 주 제 자석을 철로된 물체에 가까이 가져가면? 수업자/대상 김**/3학년 13명 수업일 2021. 6. 3.(목) 2교시 주연과 엑스트라의 결정적 차이 주연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죽지만, 가족과 친구도 있고, 애틋한 사랑도 해보았을 엑스트라는 말 없이 그냥 죽는다. 그래서 누구나 주인공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어른들 말씀에 “나 살아온 이야기를 하자면 소설 몇 권은 써야 해!”는 그냥 지나칠 말이 아니다. 누구나 스토리가 있고, 거기에 주목하면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수업, 주인공으로 세워 주는 일 시국인지라 학부모님들의 참여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나 절반 정도가..

나의 이야기 2021.06.08

필경사 바틀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 필경사 바틀비 / 허먼 멜빌 / 문학동네 ] I would prefer not to. 필경사가 필요하던 시절, 월스트리트에서 잘나가던 변호사 사무실에 구인광고를 본 한 젊은이가 들어온다. ‘창백하리만치 말쑥하고, 가련하리만치 점잖고, 구제불능으로 쓸쓸한 그 모습’으로 필경사 바틀비다. 사무실의 나머지 세 필경사들이 워낙 독특하였기에 그렇게 두드러지게 조용한 풍모를 가진 그가 선택된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서툴지만 자신의 일인 필경 만큼은 깔끔하게 처리하던 그가 삼일 만에 폭탄선언을 한다. 필경한 문서의 검수 작업을 요청(명령?)하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 간명한 그의 답은 당황스러웠으나 이내 사무실의 모두에게 당연하게 ..

책이야기 2021.06.05

오디오는 미신이 아니다

겉멋은 빼고, 음악을 듣자 [ 오디오는 미신이 아니다 / 한지훈 / STEREO MIND ] #1. 1981년 대인동 전자상가 중학교 1학년 때 친구 집에서 본 과학 잡지를 오려 대인동 전자상가를 뒤졌다. 그렇게 찾은 트랜지스터, 저항, 코일 등을 이용해서 만든 분유통 라디오는 거짓말처럼 켜졌고 이어폰으로 들리는 음악 방송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소리에 대한 부심이 생기는 순간. 한동안 몇 개의 라디오를 더 조립한 후에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늘 라디오를 가까이에 둔 까까머리 중고등학생은 급기야 수업시간 겁 없는 농구중계 청취로 이어져 모교의 준우승 소식을 수업시간에 외치는 참사를 겪기도 하였다. 물론 라디오는 압수당했다. #2. 1993년 소안국교 사택 전축이 그리 흔하지 않은 시절에도 아버지는 ..

책이야기 2021.06.03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스토리의 힘,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태 켈러 / 돌베개 ] 조아여 한국인 3세 미국작가가 쓴 이야기는 할머니, 고사, 떡, 쑥과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정서가 가득하다. Black lives matter를 유행시켰던 플로이드 사건의 불똥이 아시아인혐오로 잘못 튀고 있는 시점에 소수민족(?)의 정서를 노래한 작품이 뉴베리상을 받아 좀 어리둥절하다. 미국의 다양성과 이중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로 살기 싫은 릴리를 주인공으로 한국인 할머니 ‘애자’에게 들은 호랑이 이야기가 중심을 잡는다. 도망치듯 한국을 떠난 엄마를 따라 도착한 미국은 할머니에게 얼마나 낯설었을까? 못하는 영어를 대신해 준 것은 부지런함, 호의, 숨긴 쾌활함 같은..

책이야기 2021.05.31

클라라와 태양

해가 저한테 아주 친절했어요 [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 남아있는 나날 “즐기며 살아야 합니다.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죠. 당신은 하루의 일을 끝냈어요. 이제는 다리는 쭉 뻗고 즐길 수 있어요. 내 생각은 그래요. 아니,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그렇게 말할 거요.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저녁이라고.” [남아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해가 저물 때부터를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하는 소설 남아있는 나날]은 명문가의 집사로 평생 살아오다 은퇴한 스티븐슨을 주인공으로 세운 이야기이다. 노벨상 작가의 작품치고는 소박하다라며 읽었었는데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작지 않아, 뭐든 스케일로 평가하려는 오래된 습성을 반성하기도 하였다. 관계와 열정으로 채워진 뜨거웠던 해의 시간을 지나 자신에게..

책이야기 2021.05.09

단순하지만 충만한, 나의 전원생활

나는 그날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 단순하지만 충만한, 나의 전원생활 / 벌린 클링켄보그 / 목수책방 ] 완벽하다고 할 뻔 했던 날 지난주에는 거의 완벽하다고 할 뻔했던 날이 하루 있었다. ‘할 뻔했던 날’이라고 말하는 것은 진정으로 완벽한 날이 이미 내 삶에서 왔다 갔다고 말하기가 싫기 때문이다. 완벽한 날은 언젠가를 위해 남겨 두고 싶다. 하지만 완벽한 날이 온다면 지난주의 그날과 아마 비슷할 것이다. 서쪽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와 날을 깨끗하고 빛은 투명했고, 우리 농장에는 티끌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451쪽) 6월 30일 저자의 농장에는 벌들이 부지런히 꿀을 모으고, 염소는 우리를 나와 풀을 뜯고, 야생여우 한 쌍이 농장의 닭을 잡아채서 허둥지둥 도망치고, 새벽에 거미줄을 연신 걷어내며 걷다보면 명주..

책이야기 2021.05.05

STONER

넌 무엇을 기대했나? [ 스토너 / 존 윌리엄스 / RHK ] 스토너와 그레고리우스의 평범함 1965년에 발행한 초판 2천부도 다 못 팔고 절판되었던 소설이 40년이 지난 후 재발행 되어 역주행 인기몰이 중이다. 미주리대학 영문과 조교수 스토너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다른 누구 못지않게 풍부한 삶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재발행 카피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스토너는 새로운 영농기술을 배워오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 들어가지만 영문학을 만나 진로를 바꾼다. 고향과 멀어지는 삶에서 결정타는 이디스, 완전히 이질적인 아내를 만나 결혼 생활의 유일한 행복인 딸 그레이스를 얻었지만 사랑해 본 적 없는 부부로 살아간다. 대학 강사 캐서린과의 불꽃같은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

책이야기 2021.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