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STONER

짱구쌤 2021. 5. 1. 22:31

 

넌 무엇을 기대했나?

[ 스토너 / 존 윌리엄스 / RHK ]



스토너와 그레고리우스의 평범함
1965년에 발행한 초판 2천부도 다 못 팔고 절판되었던 소설이 40년이 지난 후 재발행 되어 역주행 인기몰이 중이다. 미주리대학 영문과 조교수 스토너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다른 누구 못지않게 풍부한 삶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재발행 카피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스토너는 새로운 영농기술을 배워오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 들어가지만 영문학을 만나 진로를 바꾼다. 고향과 멀어지는 삶에서 결정타는 이디스, 완전히 이질적인 아내를 만나 결혼 생활의 유일한 행복인 딸 그레이스를 얻었지만 사랑해 본 적 없는 부부로 살아간다. 대학 강사 캐서린과의 불꽃같은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고, 원칙을 중시하는 그에게 동료들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한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다 퇴직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변함없이 문학을 강의한다. 암으로 병석에 누워서 자신이 쓴 책을 가슴에 품고 지난날을 회상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라틴어 교사 그레고리우스, 칸트처럼 정확하게 성실한 삶을 살았던 그에게 아내는 지루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어느 날 우연히 말려든 사건으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고 프라두라는 청년의사의 불꽃같은 삶의 궤적을 따라 다닌다.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고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혁명가의 삶을 좇으면서 묻는다.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내 모습 중 어느 것이 진실인가?’

 

윤여정과 이의리의 멋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에 대한 찬사가 끝이 없다. 50여년을 연기한 배우는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 추켜세우는 미국 언론에 일갈한다.
“그분과 비교된다는 데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만 저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 배우예요. 제 이름은 윤여정이고요. 저는 그저 제 자신이고 싶습니다. 배우들끼리 비교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칭찬에는 감사드립니다만 제 입장에선 답하기 어렵네요.”
터지지 않는 고구마 타선으로 답답하지만 기아타이거즈의 신인투수 이의리 선수를 보는 재미는 흐뭇하고 짜릿하다. 데뷔 첫 승을 신고하고 멘토를 묻는 질문에 “멘토는 특별히 없고요. 제가 되고 싶어요. 저는 제 볼을 던집니다.” 수줍지만 분명하게 답한다. “〇〇〇선수처럼 되고 싶어요. 팀과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할테니 응원해 주세요.” 같은 뻔한 대답이 아니었다. 멋진 청춘이다.

 

가르치는 사람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이 소설을 슬프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의 반응에 놀랐다며 스토너는 결코 불행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스토너의 삶이 소설가 김훈이 표현한 ‘밥벌이의 숭고함’이든, 시인 박노해의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이든 아무튼 부러웠던 것은 다음과 같은 구절 때문이었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당부이기도 하다.
스토너는 지금 이 시절이 지나고 나면 결코 이렇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녹초가 될 때까지 즐겁고 온몸을 바쳐 일하면서 이 시절이 결코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과거나 미래는 생각하지 않았다. 실망이나 기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끌어낼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지금 이 순간에 쏟으면서, 이제는 학자로서 자신이 해온 일을 통해 알려지기를 바랐다.(348쪽)
2021년 4월 25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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