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업에세이] 학교, 주인공을 경험하는 곳

짱구쌤 2021. 6. 8. 11:55

[수업 나눔 에세이 2021-]

 

스토리의 힘,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교과/단원명 과학/4. 자석의 이용 주 제 자석을 철로된 물체에 가까이 가져가면?
수업자/대상 김**/3학년 13 수업일 2021. 6. 3.() 2교시

 

주연과 엑스트라의 결정적 차이

주연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죽지만, 가족과 친구도 있고, 애틋한 사랑도 해보았을 엑스트라는 말 없이 그냥 죽는다. 그래서 누구나 주인공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어른들 말씀에 나 살아온 이야기를 하자면 소설 몇 권은 써야 해!”는 그냥 지나칠 말이 아니다. 누구나 스토리가 있고, 거기에 주목하면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수업, 주인공으로 세워 주는 일

시국인지라 학부모님들의 참여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나 절반 정도가 오셨으니 보통 관심은 아니다. 난 아이들과 학부모 양쪽을 번갈아 살폈는데, 누구나 그렇듯 자녀에게 맞춰진 시선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일거수일투족에 한숨과 미소가 바삐 넘나든다. 누가 뭐래도 오늘 수업의 주인공은 내 자식이며 그것은 고정된 시선으로 유지된다.

수업자는 코로나를 감안하여 개별 실험자료를 꼼꼼하게 준비했고, 결과적으로 이 수업의 유일한 아쉬움 역시 코로나로 인한 토의와 협력의 한계라 할 수 있었다. 학생 개개인은 시종일관 실험과 기록에 열중했고 어느 한순간도 지루할 틈은 생기지 않았다. 단순한 클립 가까이하기를 지나 플라스틱과 종이의 간섭.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물이 든 패트병 실험까지 수위와 완급을 조절하며 전원 완주의 기쁨을 맛보았다.

수업자의 가장 큰 미덕은 자연스러운 편안함이다. 학습자가 크게 경계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목소리와 시선, 몸짓으로 품을 만드는 선생님이다.

두려움 없이 배우는 교실개인적으로 짱구쌤 이라는 닉네임을 수십 년 전부터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좀 만만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쯤.

 

교실, 주연을 경험하는 곳

오늘도 나에게 교사임을 확인시켜주는 우리 반 ○○○이 있다. 눈에 자주 띄고, 하루에도 몇 번 속을 뒤집어 놓은 녀석 말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 자기만의 세계가 깊은 아이, 더딘 속도로 배우는 아이. 멜로, 스릴러, 액션, 코믹 등 다양한 장르의 주인공들이 지금 내 교실에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고 말 걸어보면 누구에게다 스토리가 있을 것이고, 꽤 근사한 주인공이 보일 수도 있다. 지금 대박 나지 않더라도 역주행도 있지않는가? 학교는 세상에 나가기 전, 주인공을 경험하는 곳이다.

2021. 6. 4.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