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래기와 수세미가 걸린 학교 수돗가

짱구쌤 2023. 1. 31. 10:59

어린 사람들을 가르치는 건 처음이었어요. 3학년분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한다는 것도 잘 몰랐어요.” 칩코는 시종일관 아이들에 대해 경어를 사용했고, 웃음은 떠나지 않았다. 칩코는 작년 우리 학교에서 생태텃밭교육을 담당해 주신 청년 농부 선생님이다. “우당당탕 텃밭교실” [2022년 생태텃밭교육 공유회]라는 낯선 행사에 참석했다. 방중이라 땡땡이를 치고도 싶었지만 3학년 선생님은 이런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잊을만하면 오늘의 행사를 상기시켜주었다. “많은분들이 참석했으면 좋겠어요.” “아가씨 대기중이라는 대담한 네온사인이 걸린 가요주점 2층 작은 도서관에는 교사, 학부모, 지역민, 생태텃밭 활동가, 아이들 등 30명이 넘게 모였고 온라인 중계도 했다.

 

동근과 상글, 이 보기 좋은 부부는 오늘 행사의 주최자이다. 농부로만 보았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지만 그것도 잘 어울렸다. 1년 동안 구례지역 3개 초등학교에서 펼친 생태텃밭교육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 주었다. 남원, 순천 등지에서 지내다가 구례에 정착하며 시작한 청년 농부들의 텃밭교육 이야기는 깊이와 폭을 두루 갖춰, 보는 내내 따뜻한 마음이 가득했다. “저희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준비, 실행, 평가의 치열함으로 보여주었다.

 

칩코, 앞서 존댓말이 생활인 착한 선생님이다. 그가 예상치 못한 일은 겸손했고 자기 성찰적이어서 올해의 충분한 성공을 예상할 수 있었다. 칩코가 남원에서 살던 때, 공동체를 이룬 동지들과 놀고, 먹고, 살아간 이야기는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들이어서 부럽고도 부러웠다. 이탈리아인들의 3대 모토 Cantare(노래하고), Manzare(먹고), Amore(사랑하고)를 이미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남은 삶은 이렇게 살고 싶다. “아이들은 칩코샘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어요.” 윤숙샘의 말이 꼬쟁이다.

 

현경, 처음 본 활동가지만 인상 깊었다. 자급, 교육, 기후행동, 출판. 그가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인데 자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이 먹을 것을 생산할 수 있어야 자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순례 주택]에서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 줄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씨의 말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자립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어른이다. 가끔 누구 뒤에 숨으려고 하는 어린 나를 발견하곤 한다. 현경은 이미 자립하고 있는 듯 했다. 제일 인상 깊은 것은 출판이다. 그는 이번 생태텃밭교육을 온전히 기록한 책을 출판했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며, 기록은 늘 옳다라고 생각하는 나의 모토와도 닿아있다. 관사로 돌아와 그의 기록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읽었다. 청년 농부들이 우리 아이들과 펼칠 2023년을 신뢰한다.

 

청년 농부들과 아이들의 텃밭 활동 결과가 시래기와 수세미로 한동안 우리 학교 수돗가에 걸려있었다. 그 어떤 성과 결과물보다 믿음직했고 흐뭇했다. 공유회에서 30년 경력의 여성농민회 활동가는 서툰 농부에게 질 좋은 부엽토를 안내했고, 학부모와 교사들은 그들의 도전에 참여와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다만, 꼰대 교장은 그 기질을 참지 못하고 청년 농부들의 생계와 정착에 잔소리만 보태고 말았으니 뒤늦은 후회는 생태탕과 소주로 달래야 했다. 언제쯤 그 입을 참을 수 있을까?

2023130일 이장규

 

어린 사람들을 가르치는 건 처음이었어요. 3학년분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한다는 것도 잘 몰랐어요.” 칩코는 시종일관 아이들에 대해 경어를 사용했고, 웃음은 떠나지 않았다. 칩코는 작년 우리 학교에서 생태텃밭교육을 담당해 주신 청년 농부 선생님이다. “우당당탕 텃밭교실” [2022년 생태텃밭교육 공유회]라는 낯선 행사에 참석했다. 방중이라 땡땡이를 치고도 싶었지만 3학년 선생님은 이런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잊을만하면 오늘의 행사를 상기시켜주었다. “많은분들이 참석했으면 좋겠어요.” “아가씨 대기중이라는 대담한 네온사인이 걸린 가요주점 2층 작은 도서관에는 교사, 학부모, 지역민, 생태텃밭 활동가, 아이들 등 30명이 넘게 모였고 온라인 중계도 했다.

 

동근과 상글, 이 보기 좋은 부부는 오늘 행사의 주최자이다. 농부로만 보았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지만 그것도 잘 어울렸다. 1년 동안 구례지역 3개 초등학교에서 펼친 생태텃밭교육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 주었다. 남원, 순천 등지에서 지내다가 구례에 정착하며 시작한 청년 농부들의 텃밭교육 이야기는 깊이와 폭을 두루 갖춰, 보는 내내 따뜻한 마음이 가득했다. “저희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준비, 실행, 평가의 치열함으로 보여주었다.

 

칩코, 앞서 존댓말이 생활인 착한 선생님이다. 그가 예상치 못한 일은 겸손했고 자기 성찰적이어서 올해의 충분한 성공을 예상할 수 있었다. 칩코가 남원에서 살던 때, 공동체를 이룬 동지들과 놀고, 먹고, 살아간 이야기는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들이어서 부럽고도 부러웠다. 이탈리아인들의 3대 모토 Cantare(노래하고), Manzare(먹고), Amore(사랑하고)를 이미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남은 삶은 이렇게 살고 싶다. “아이들은 칩코샘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어요.” 윤숙샘의 말이 꼬쟁이다.

 

현경, 처음 본 활동가지만 인상 깊었다. 자급, 교육, 기후행동, 출판. 그가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인데 자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이 먹을 것을 생산할 수 있어야 자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순례 주택]에서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 줄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씨의 말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자립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어른이다. 가끔 누구 뒤에 숨으려고 하는 어린 나를 발견하곤 한다. 현경은 이미 자립하고 있는 듯 했다. 제일 인상 깊은 것은 출판이다. 그는 이번 생태텃밭교육을 온전히 기록한 책을 출판했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며, 기록은 늘 옳다라고 생각하는 나의 모토와도 닿아있다. 관사로 돌아와 그의 기록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읽었다. 청년 농부들이 우리 아이들과 펼칠 2023년을 신뢰한다.

 

청년 농부들과 아이들의 텃밭 활동 결과가 시래기와 수세미로 한동안 우리 학교 수돗가에 걸려있었다. 그 어떤 성과 결과물보다 믿음직했고 흐뭇했다. 공유회에서 30년 경력의 여성농민회 활동가는 서툰 농부에게 질 좋은 부엽토를 안내했고, 학부모와 교사들은 그들의 도전에 참여와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다만, 꼰대 교장은 그 기질을 참지 못하고 청년 농부들의 생계와 정착에 잔소리만 보태고 말았으니 뒤늦은 후회는 생태탕과 소주로 달래야 했다. 언제쯤 그 입을 참을 수 있을까?

2023130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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