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10kg 살찌우겠습니다^^

짱구쌤 2024. 2. 24. 20:25

 

말 그대로 선남선녀의 만남이었다. 결혼식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훌쩍 자란 제자의 결혼식을 건강한 모습으로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20년 만에 만난 제자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난 11일 용*이는 멋진 청년으로 나타났고, “저 다음 달에 결혼합니다.”라며 부끄러워했다. 오랜만에 만나서도 좋았지만 결혼한다는 말은 더욱 좋았다. 한 해 통틀어 40명의 신생아도 태어나지 않는 작은 지방에 서 선생을 하면서, 제일 반가운 일은 결혼하는 청춘들을 보는 것이며 그것이 제자라면 물어서 무엇하겠는가?

 

*이는 지난밤 4시간도 잠들지 못했다고 했는데 아마도 오늘 펼쳐질 멋진 결혼식에 대한 기대와 걱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랑 입장 중에 하객석을 향해 몇 차례의 중세 기사식 인사를 했고, 마지막 도착과 함께 행진곡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끝이 났다. 멋진 행진이었다. 두 사람의 노래 공연은 참 듣기 좋았는데, 완벽한 하모니와 그윽한 눈빛 교환이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이젠 딴 남자(여자)는 보이지도 않아요가사만큼 달콤했다.

 

다복한 가정의 엄마, 아빠가 되겠습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밥을 지어 용*씨를 10kg 살찌우겠습니다.”

자녀들의 좋은 엄마, 아빠가 되겠다는 맹세는 진실했고, 나는 후대를 기약하는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만 보내면 되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딸을 정말 사랑해 주길 바란다.”

아빠는 목이 메었고, 나는 느닷없이 흐르는 눈물 때문에 주변을 살펴야 했다. 따뜻한 결혼식이었고 오기를 참 잘했다고 거듭 되뇌었다.

 

식이 끝나고 신랑 할머니께서 거듭 식사를 하고 가라며 붙드셨지만, 난 혼자 먹는 밥의 처량함을 알기에 좋아하는 커피 답례품을 들고 정남진 휴게소로 달려갔다. 꼭 먹고 싶었던 라면 정식을 먹으며, 그닥 좋아하지 않은 뷔페를 피해 온 것이 거듭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 대견해 했다.

왕복 세 시간의 운전은 음악과 함께한 시간이라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 그중 가장 좋아하는 여창 가객 강권순의 산천초목을 반복해서 듣고 들었다. “한라산 선녀들이 춤을 추며 내려온다좀 전에 보고 온 선남선녀에게 보내는 짱구쌤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었다.

*! 보라카이 잘 다녀와라.”

2024224일 짱구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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