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용방이야기09] 나도 빨리 좋은 형이 되고 싶어요

짱구쌤 2024. 1. 28. 11:42

통학차에서 내리자마자 두리번거리는 동생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향한다.

 

 

*! 이리 와, 형이랑 같이 가자!”

그래.

입학하고 10일이 지난 아침 시간, 에듀버스에서 내린 도*이는 아직도 등교가 버겁다. 엄마와 헤어져 혼자 타는 버스도 그렇고, 누나 시*이는 1학년 적응하느라 동생 챙겨주기엔 무리다. 그런데 오늘은 같은 유치원 후*이형이 손을 잡아 준다. 사실 입학식 때 보았던 도*이는 걱정이 많았다.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두고 돌아서려는 엄마의 마음도 그랬을 것이다. 같은 유치원 아이들보다 한 뼘은 더 커 보이는 후*이는 늘 동생들에게 다정하게 대한다. 처음 유치원에 와서 엄마와 잘 떨어지지 못하는 동생을 보니 안쓰러웠던지 아침 등교 시간 이렇게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간다.

 

이곳 용방을 포함해서 혁신학교는 3번째다. 혁신학교 교육과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은 것 중 하나는 무학년제 운영이다. 전체를 그렇게 할 수 없을 지라도 각종 프로젝트나 자치 위원회, 동아리 활동에서는 가능하면 무학년제를 선호한다. 실제 운영해 보면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다. 서로에게 배우고 가르치는 관계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그것이 학교생활 이곳저곳에서 좋은 영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계를 중심으로 정해지는 학교생활은 저학년엔 두려움을, 고학년엔 맹목적 권위 의식을 심어준다. 무학년제 속에서 만나는 후배는 돌봐주면서 끌어주어야 할 동생으로 대하게 되고, 실제의 자기보다 더 듬직한 선배가 되고 싶어진다. 고학년인 내가 뒤로 빠지는 순간, 우리 모둠이, 동아리가, 이번 프로젝트가 좌초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그냥 동급생 속에 있으면 평범한, 조금 어설퍼 보이던 아이도 동생들과 함께하는 무리 속에 있으면 근사한 언니가 된다. 그래서 후배들은 얼른 커서 저런 언니가 되고 싶어진다. 선출된 리더에 그치지 않고 모두가 리더가 되는 교육이다.

*이는 지금 한 3년쯤 이 학교를 다닌 것처럼 온 교정을 누비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