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용방을 떠나며

짱구쌤 2024. 2. 20. 17:01

쇠귀 신영복 교수님의 글 중 가장 좋아하는 글귀다. 목판에 그려 교장실에 걸어 놓고 지난 4년을 보냈다.

 

 

정든 용방을 떠나며

 

먼저 31일자 인사 이동에 의해 희망하시는 곳으로 옮기시는 여러 선생님들께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시작이 조금은 힘들겠지만 이내 좋아지실 겁니다. 세상에 없던 학교, 용방 출신답게 어깨 펴고 씩씩하게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4년간의 용방초 교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곳을 떠납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 덕분에 무사히 임기를 채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용방에서의 4년은, 아무 날을 콕 집어내더라도 어느 것 하나 아쉬울 게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세상 아름다운 풍경에서 니것 내것 가리지 않은 착한 사람들 속에서,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지난 30여년 선생으로 살면서 꼭 이뤄보고 싶은 학교에 가장 가까이 가본 경험이었습니다. 따뜻함과 믿음이 흐르는 동료성, 맘껏 공부하고 쉴 수 있는 교정, 늘 꿈꿔왔던 학교공간까지 모두가 그랬습니다. 거기에 다음 4년을 도약할 수 있는 훌륭한 교장선생님을 모셔오는 것이 더해져 더욱 좋습니다.

 

4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우리들의 말, 추억, 웃음, 약속은 강물처럼 흘러 사라지겠지만 훗날 어느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 사무치게 그리운 시간이 꽃처럼 찾아올 것을 기대합니다. 저는 행복했던 4년을 뒤로하고 다시 교실로 돌아가 그곳에서 치열하게 승부하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자전거로 출근하고 걸어서 퇴근할 수 있는 순천인안초등학교로 돌아갑니다. 지나가실 일 있으면 들러 차 한 잔 나누시게요.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2024214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