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용방이야기10] 용방에서 한솥밥 먹고 헤어진 19명 선생님께

짱구쌤 2024. 1. 28. 11:43

2월 말부터 한 달간 교문이나 도서관 외벽에 이런 현수막이 걸린다. 4년 전 처음 부임할 때도 내 이름을 보고 웃으며 교문을 들어섰었다.

 

 

32, 반가운 만남이 있으면 아쉬운 헤어짐도 있는 법, 4년여 그간 19명의 직원들과 작별을 했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6개월까지 한솥밥을 먹었으니 우린 식구와 다름없다. 네 분이 정년 퇴임을 했고, 한 분이 교장 승진을, 두 분이 이곳에서 결혼을 했으니 좋은 터는 분명하다.

이지행정사님, 김누선생님, 김대선생님, 김효선생님, 구효선생님, 송경선생님, 변현선생님, 이나선생님, 임영실장님, 이태실장님, 홍승실장님, 서미실장님, 남규주무관님, 심학여사님, 이지선생님, 최지행정사님, 김고주무관님, 이소주무관님, 염정조리사님. 언약은 강물처럼 흘러가겠지만 만남이 꽃처럼 피어나길 바라며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본다.

 

가장 최근에 헤어진 분은 염정조리사님이다. 36개월을 함께 보냈는데 지난 6월 말 정년 퇴임을 하셨다. 급식실에 가면 가장 먼저 반기며 고봉밥 가득 담아주시면서도 더 드세요 하신다. 개학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가 세상 가장 맛있는 용방 급식 때문이라는 짱구쌤의 오버가 크게 무리 없다는 듯 매일 매일 급식 게시판에는 찐심인 감사의 말들이 씌여진다. “오늘 스파게티는 특별했어요. 내가 먹어 본 떡볶이 중 최고였어요. 엄마보다 맛있어요. 방학하기 싫어요.” “이렇게 식판 잘 비우는 아이들은 처음 봤어요. 감사 표현도 잘 하고요. 마지막 학교가 용방이어서 행복했습니다.” 염조리사님은 조금 쉬다가 곧 평소에 하고 싶은 일을 하실 거다. 맛있는 반찬 가게를 열어서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오래오래 하고 싶다 하셨다. 명함 나오면 순천 조례동은 내가 책임지고 아파트 홍보를 하기로 했다. 물론 나도 단골이 될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