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여요^^

짱구쌤 2024. 3. 4. 21:07

3월 4일 첫날. 자리를 정했다. 물론 아이들이 뽑은 제비를 통해서. 그래야 뒷말이 없고 수긍한다. 왜? 자기가 뽑았으니까~

 

아마 요 몇년 사이에 가장 긴장된 날이었으리라. 잠도 깊이 들지 못했고 아침밥도 먹는둥 마는둥. 일찍 집을 나서 도착한 교실에서 찻물을 끓이고 음악을 들으며 아이들 맞을 준비를 했다. 담임소개서를 출력하고 교실을 치우면서도 자꾸 출입문에 눈이 갔다. 8시20분부터 들어온 아이들이 20분 사이에 모두 들이닥친다. 교과서를 나누고 자리를 뽑고 입학식에 다녀온 뒤 첫 수업을 했다. '담임선생님 소개하기' 짱구쌤이라 불러줄 것을 호소했고 아이들은 쿨하게 불렀다. 그리고 나이를 가르쳐주자, 많은 아이들이 "휠 젊어보여요." "40대 인줄 알았어요."라 소리친다. 기특한 녀석들, 난 올해 이 귀여운 놈들과 행복할 거라 확신했다.

 

오후에는 첫 만남의 날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30년간 해오던 일을 그대로 했다. 삼팔선 놀이하기. 역시나 아이들은 놀이에 푹 빠져들었고 상기된 표정으로 통학차에 올라 귀가했다. 아이들의 저녁 식사 식탁에는 짱구쌤이 메뉴로 오를 것이고 저마다 아껴둔 평가를 신이 나서 늘어놓을 것이다. 부디 기대와 설렘이 있는 만남이었기를, 적어도 나만큼의 설렘이라도...

 

하교 전에 찍은 아이들 개인 사진을 출력하여 부랴부랴 외우는 중이다. 도통 이름이 외워지지 않지만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