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딱 그런 격이다. 건장한 아들이 둘이나 되건만 이럴 땐 늘 안 보인다. 할 수 없이 처갓집 한 보따리는 부부가 옮겨야 한다. 결혼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김치와 쌀을 비롯한 기본 식량은 모두 처갓집에서 나온다. 오랜만에 영암에서 가족들을 만나 김장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서울, 광주, 순천의 네 딸들은 각자의 집으로 가져갈 친정 엄마의 정성들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나를 포함한 사위들은 “어렸을 때는 외갓집 것을 먹고, 커서는 처갓집 것을 먹어야 한다.”는 오랜 어른들의 말씀이 딱 맞다며 서둘러 짐을 꾸려 각자의 집으로 출발한다. 유난히 쿵짝이 잘 맞는 처갓집 식구들과 지난해 추석을 우리 학교에서 보낸 적이 있었다. 집에서 치루는 명절은 온전히 장모님 몫이어서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