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4그림책 음악을 만나다-김영욱

짱구쌤 2012. 12. 30. 17:11

 

며칠 전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행사에 참여했다. 도서담당선생님의 부탁에 선뜻 “예” 라고 대답한 이유는 순전히 그냥 집에서 잠자기 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그림책 읽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다 퇴근한 뒤 도서관에 가서 살짝 혼자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었는데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급기야는 학교의 두 꼬마 손님을 교실로 불러 사전 리허설까지 했다. 다행히 당일 참석한 아이들은 진지하게 듣기에 참여해서 나도 깜짝 놀랐다. 하여간 즐거운 경험이었다.

 

난 그림책을 참 좋아한다. 동화책읽기 모임에도 참여하고 싶은데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 책은 무려 한시간이나 도서관을 헤맨 끝에 찾았다. 음악의 문외한이지만 듣기 만큼은 참 좋아하기에 두 낱말의 조합이 끌렸다.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하는 형식이다. 소개된 그림책 중 아는 작가도 몇몇 있었으나 단 한권의 책 팝업북 [오즈의 마법사]를 제외하고는 전혀 생소한 책들 뿐이었다. 음악 역시 클래식에 이해가 깊은 저자의 식견을 도통 따라잡을 수 없었으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나 [양희은], [들국화]의 음반을 발견하고는 어찌나 기쁘던지, 오 나의 몽매함이여.. 그래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이나 안드레아 보첼리나 마리아 칼라스 음반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큰 낭패는 아니다.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림책 한권을 소개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게]는 건축가 김수근의 작고 20주기를 기념해서 나온 그림책이다. 김수근의 이야기를 그의 작품과 함께 잘 설명한 잘 그린 그림책이라 한다. 어린이 뿐 아니라 나 같은 어린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라 싶다. 한 번씩 올라가는 서울 대학로에 가면 참 예쁜 건축물을 보게 된다. 특히 빨간 벽돌 건축물은 김수근의 작품이 많다고 한다. 그가 아니었으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도 여느 서울처럼 빌딩만 무성한 그저 그런 곳이었으리라. 김덕수의 사물놀이 공원이 처음 열린 곳이 [공간사랑]이라고 대학 때 들었는데 그 곳이 김수근의 대표 건축물이라는 사실로 훗날 알게 되었다. 역사학과 건축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학문 분야다. 물론 나는 전문적 식견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그냥 좋아한다. 서울가면 김수근의 작품만 구경하고 싶다. 언젠가는 꼭 그러고 싶다.

 

몇 년 전 그림책 [노란우산]을 구입한 적이 있다. 추천 서평을 보고 CD가 곁들여진 음악 그림책을 구입했는데 글씨는 도통 없고 우산 그림만 있는 난해한 작품이었고 음악도 도무지 마음에 들어오지 않아 실패한 구입이라고 단정해 버렸는데 우연히 참석한 어느 여름 연수에서 [노란우산] 그림책 작가의 공연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림책을 슬라이드로 보여주고 관련된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데 환상 그 자체였다. 어떻게 음악과 그림이 그리도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오랫동안 그 여운을 즐기며 또 한 번 나의 무식함을 탓하기에 이르렀으니

 

이번 그림책 읽어주기에서 음악을 곁들인 것은 그때의 작은 흉내이다. 물론 나의 서툰 읽기를 보충하려는 뜻이 더 컸지만 말이다. 그림책의 좋은 그림과 절제된 글은 그 어느 문학 작품을 통해서도 얻을 수 없는 희열을 준다. 오늘 집에서 다음에 또 있을지 모를 책읽기에 대비해 좋은 그림책 고르기를 했다. 좋은 그림책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