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용방이야기05] 선생님들의 변함없는 열정과 사랑을 한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짱구쌤 2024. 1. 28. 11:37

방과 후, 선생님들은 교무실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손팻말을 만들었다. 이 팻말은 그날 저녁 서이초 선생님을 추모하기 위한 구례 모임에서 사용되었다.

 

선생님들의 변함없는 열정과 사랑을 한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우리 학교 학부모회에서 교문 앞에 내건 현수막 문구이다. 서이초 선생님의 49재를 추모하는 마음과 함께 따뜻한 용방교육공동체에 대한 바람도 담겨있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7월에 처음 사건이 알려질 땐 공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혀가고 그 뙤약볕에 수천, 수만의 교사가 광장에 모일 때조차 남의 일처럼 불구경이었다. 하지만 교실의 선생님들은 달랐다. 2년 차 청년 교사의 꿈과 절망에 공감하는 이들은 점차 늘어갔고 급기야 지난 주말에는 수십만의 기록적인 추모 집회가 열리게 되었다.

 

우리 학교는 그런 일 없으니까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동안에도 이곳저곳에서 절망을 선택하는 교사들은 속출했고, 나 같은 무관심이 그것을 부채질하고 있는 듯했다. 특히 여교사들의 공분은 더욱 커서 평소에는 그렇게 조용해 보이던 선생님들까지 서울 집회에 한 두 번씩은 참석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처지가 바뀌어서인지는 모르나 그렇게 뻔질나게 다니던 상경 집회도 생경한 일이 되어버렸다.

 

[공교육 멈춤의 날]이 세간에 오르내릴 때, 학교는 평온했다. 선생님들은 협의를 통해 무난한(?) 실천을 결의했고, 그것에는 공모 교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몽매한 불똥을 미리 막으려는 배려가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마웠지만 아쉽기도 했다. 물론 흔치는 않았지만 교직원에 가해지는 외부의 압력을 모른 체 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내 문제처럼 나서서 훌륭한 방패가 되어준 것도 아니었다. 무난하고 손쉬운 개입에 만족하고 있었던 거다. 필요할 때 계급장 뒤에 숨지 않고, 혹여 교실에 남겨져 깊은 울음을 삼켜야 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살피고 나서겠다는, 처음의 약속과 다짐이 여전히 유효한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나와는 너무 다른 처지에서 일면식도 없었던 청년 교사의 깊은 슬픔과 절망을, 선배이면서 관리자인 짱구쌤도 함께 느낄 때 교실의 평화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