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변함없는 열정과 사랑을 한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우리 학교 학부모회에서 교문 앞에 내건 현수막 문구이다. 서이초 선생님의 49재를 추모하는 마음과 함께 따뜻한 용방교육공동체에 대한 바람도 담겨있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7월에 처음 사건이 알려질 땐 공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혀가고 그 뙤약볕에 수천, 수만의 교사가 광장에 모일 때조차 남의 일처럼 불구경이었다. 하지만 교실의 선생님들은 달랐다. 2년 차 청년 교사의 꿈과 절망에 공감하는 이들은 점차 늘어갔고 급기야 지난 주말에는 수십만의 기록적인 추모 집회가 열리게 되었다.
우리 학교는 그런 일 없으니까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동안에도 이곳저곳에서 절망을 선택하는 교사들은 속출했고, 나 같은 무관심이 그것을 부채질하고 있는 듯했다. 특히 여교사들의 공분은 더욱 커서 평소에는 그렇게 조용해 보이던 선생님들까지 서울 집회에 한 두 번씩은 참석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처지가 바뀌어서인지는 모르나 그렇게 뻔질나게 다니던 상경 집회도 생경한 일이 되어버렸다.
[공교육 멈춤의 날]이 세간에 오르내릴 때, 학교는 평온했다. 선생님들은 협의를 통해 무난한(?) 실천을 결의했고, 그것에는 공모 교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몽매한 불똥을 미리 막으려는 배려가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마웠지만 아쉽기도 했다. 물론 흔치는 않았지만 교직원에 가해지는 외부의 압력을 모른 체 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내 문제처럼 나서서 훌륭한 방패가 되어준 것도 아니었다. 무난하고 손쉬운 개입에 만족하고 있었던 거다. 필요할 때 계급장 뒤에 숨지 않고, 혹여 교실에 남겨져 깊은 울음을 삼켜야 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살피고 나서겠다는, 처음의 약속과 다짐이 여전히 유효한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나와는 너무 다른 처지에서 일면식도 없었던 청년 교사의 깊은 슬픔과 절망을, 선배이면서 관리자인 짱구쌤도 함께 느낄 때 교실의 평화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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