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의 24km를 넘었다. 2년 전쯤 딱 한 번 25를 찍은 후엔 좀처럼 다다를 수 없는 벽이었는데 오늘 벼락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을 애써 자제했고 관성을 최대한 이용하려 애쓴 것이 주효했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줄이고 내리막길에서는 가능하면 페달에서 발을 떼는 습관은 오랫동안 몸에 익은 터라 그리 어렵진 않지만, 무의식적으로 빨리 가려는 본성 또한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운전 경력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운전은 쉽지 않다. 한때는 앞서가는 차를 용납할 수 없었던 레이서임을 자랑할 때도 있었는데 뒤따라 청구되는 과속 딱지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규정 속도만 지키자는 베스트 드라이버 시절도 나쁘지는 않았으나, 13년 25만 킬로미터를 탄 경유 SUV 차량과 결별하고 지금의 차인 하이브리드와 인연을 맺은 후부터 완전히 다른 운전 습관을 갖게 되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한 운전이 그것이다. 아내는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중대형 이상의 차”를 권유하며 상당한 금액을 쥐어주는 사랑을 보여주었지만, 함께 근무했던 동료의 소형차 사랑을 보며 기름을 적게 쓰고 매연도 덜 나오는 차량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은 터였다. 차를 바꾸니 자연스럽게 운전 습관도 좋아졌다.
이렇게 스스로 만족하며 뿌듯한 교문 맞이를 하고 있을 때, 선생님 한 분이 씩씩하게 교문을 걸어 출근 인사를 한다. 며칠 전, 10년 이상 탄 자동차를 고치며 평생 마지막 차라고 기를 죽이더니 그것마저 가능한 안 타고 싶다고 확인 사살을 한다. 건강과 지구를 동시에 지키기 위해 자전거 출퇴근을 하다가 이제는 시외버스로 한다. 학교에서 일회용품을 없애고 실제적인 생태교육을 이뤄내는 일도 앞장서서 실천한다. 기껏 연비 운전으로 자기만족과 생색을 해결하려는 속물과는 근본이 다르다. 난 그런 사람과 지내는 것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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