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용방이야기02] 가장 아름다운 학교 풍경, 동행

짱구쌤 2024. 1. 28. 11:33

9월 26일 아침 동행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울리고 유치원 선생님의 아침 맨발 걷기가 시작되었다. 오늘도 지*이가 동행한다. 에듀 택시로 일찍 등교한 지*이가 며칠 전부터 운동장을 걷더니 요즘은 먼저 인사를 건넨다. “짱구쌤! 안녕하세요^^” 아이와 선생님이 함께 걷는 모습은 학교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아침저녁으로 운동장을 찾는 맨발들이 늘어나고 있다. 운동장이 잘 정비된 학교로 입소문을 탄 후 조용히 걷기 애호가들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직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칭 맨발걷기족의 숫자가 이젠 제법이다. 아침, 점심시간, 퇴근 후 각자 적당한 시간을 내어 걷고 있다.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며 멀리 노고단을 두고 걷는 모습은 참 여유롭다.

 

우리 학교는 기획 회의가 없다. 작은 학교에서도 관례처럼 행해지는 기획 회의는, 그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소외와 비약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2주마다 열리는 교원 다모임, 전체 교직원 월례 다모임을 축으로 하여 필요한 협의를 자연스럽게 가져가는 틀을 유지하고 있다. 주간 기획 회의가 사라진 초기에는 약간의 혼선도 있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소통으로 인한 어려움은 별로 느껴보지 못했다고들 말한다. 대의제가 효율적이지만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넘어설 수는 없다.

 

아이와 동행하며 걷는 아침 시간, 교장의 아침맞이에 일부러 나와 얘기를 건네주는 교감 선생님이 고맙다. 간밤의 안부에서부터 교직원과 아이들의 개인적인 어려움까지 관리자들의 대화는 막힘이 없고 소소해야 한다고 믿는다. 혁신학교도 만만치 않은데 공모 교장의 무게까지, 다들 고생이 많다는 인사가 상당할 테지만 교감 선생님은 씩씩하고 명랑하다. 그래서 더 고맙다. “수업을 들어가 보니 우리 선생님들의 수고가 더욱 고맙습니다.” 보결 수업을 하고 나온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 믿음직하다. 우리는 동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