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쉬움 가득한 마지막 출근길

짱구쌤 2023. 8. 25. 14:13

교사 시절까지 합치면 총 6년 6개월을 근무한 학교를 떠나야 하는 마지막 출근 날, “교감선생님!” 하며 매달리는 아이들과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8월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가게 되는 체험학습에 대한 기대가 앞서겠지만 통학차에서 내리는 몇몇 아이들은 아쉬움 가득한 얼굴이다. 때마침 출근길 교감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어느새 달려가 팔을 붙든다. 안 가면 안 되나요? 우리랑 같이 졸업하기로 했잖아요? 교감 선생님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내일부터는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 교장 승진을 당연히 축하해야 하지만 아이들 마음만큼이나 나 역시 마음이 여간 심란한 것이 아니다.

 

교감 선생님은 우리 학교와 오랜 시간 인연을 맺은 분이다. 교사 시절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폐교 직전의 학교에서 학생을 유치해야 하는 과업(?)도 수행했고, 몸소 멀리 사는 조카를 데리고 와서 실질적인 학생수 늘리기에도 기여했다. 4년의 고된 혁신학교 생활을 마치고 교감으로 승진하여 청산도에서 2년을 생활할 때도 용방의 동생(?)들과 자주 교유하고 인연을 이어가더니 집이 있는 광양으로의 전근을 포기하고 다시 용방으로 돌아왔다. 언니, 어디로 가려고 해요. 여기 와서 다시 함께 살아요. 동생들의 부름을 뿌리치지 못했다.

 

후배가 교장인 것도 부담인데 교사에서 바로 부임한 내부형 교장이라니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특유의 친화력은 곧바로 효력를 발휘하여 생면부지나 다름없는 교장이 학교와 지역에 연착륙할 수 있는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해주었다. 교무실의 여러 구성원들과는 물론이고 행정실, 급식실, 교실까지 두루두루 살뜰하게 챙기는 따스함이 금방 교정에 퍼졌고 아이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친절한 선생님이었다. 교무실의 넘치는 먹을거리와 웃음은 교감 선생님의 지분이 크다. 큰 바람막이였던 교감 선생님이 떠나고 나면 이젠 그간 감춰졌던 교장의 맨 실력이 드러날 건데 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