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혁신학교를 넘어 혁신학급으로!

짱구쌤 2023. 8. 25. 14:10

4학년 교실은 개성 만점 아이들의 최애 공간이다. 여학생이 많은 교실답게 아기자기하고 감각적이다. 패셔니스타 담임샘의 센스가 부럽다.

4학년 역시 2주에 한 번은 수업을 하고 있으나 주로 운동장에서 이뤄져서 교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마침 수업 공개가 있어서 뒤에 앉아 비교적 꼼꼼하게 교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교실 뒤편에 매트가 깔려 있고 편안한 소파와 쿠션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실내용 해먹, 보드게임과 그림 블록 등 놀이 도구도 잘 갖춰져 있었다. 우리 학교 에이스들의 교실답게 11살 멋쟁이 여학생들의 취향과 패션니스타 담임선생님의 센스가 잘 녹아든 교실이었다. 6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은 곧 허물어질 것처럼 칠이 벗겨지고(개축이 예정되어 일체의 투자가 중지된 상태) 곳곳이 빈티 가득하지만 교실은 참 포근하고 깔끔하다.

 

정권과 교육감이 바뀌자 주변에서 가끔 물어본다. 혁신학교가 어찌 될 것 같냐고. 당연히 내가 어찌 알겠냐고 답하지만 한 번 더 물어보면 이렇게 답을 한다. 어떻게 바뀌든 이제는 교실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10년 넘게 혁신학교가 지속되면서 우리 교육을 상당히 바꾸었다고 평가받는다. 찻잔 속의 태풍이던, 그들만의 리그던, 혁신학교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는 없었을 거란 주장에는 대체로 수긍한다. 혁신학교에 열정을 쏟은 이들은 아직 할 게 많이 남았다며 지속적인 추진을 요구하고, 어떤 이들은 이제 시효를 다했으니 종료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학교 차원의 혁신은 쉽지 않을뿐더러 교실까지 변화시키는데 제한적이다. 지속하는데도 변수가 많아 늘 재생산과 성찰을 요구받는다. 확실한 교사 리더가 없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난 오래 전부터 혁신학급()을 이야기했다. 교실의 교육력을 믿고 전폭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학교 차원의 공동 실천을 최소화하고 각 교실(학년)이 합의하고 설정한 교육과정을 가능한 범위에서 실현시키는 방안이다. 단위 수업이든, 프로젝트 학습이든, 특별 프로그램이든 교사가 교실에서 승부하도록 도와야 한다. 성공하면 말할 것도 없지만 실패하더라도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큰 배움과 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