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공간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

짱구쌤 2023. 8. 25. 14:09

학교의 자랑인 팽나무 아래 오래된 정자엔 왜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다락이 있는 복층 정자로 리모델링을 하자 순식간에 핫플이 되었다. 드러누워 바람결 느끼는 곳.

100년이 넘은 팽나무는 자체로 압도적이어서 우리 학교의 상징으로 삼을만 했다. 교목을 팽나무로 바꾸고 그곳을 학교의 중심으로 가꾸는 마스터 플랜도 만들어졌다. 문제는 정자였다. 2007년에 조성된 옛 정자는 나름 운치가 있었지만 아이들과 어른들은 그곳에 모이지 않았다. 평상 하나만 덩그런 정자는 늘 습했고 팽나무의 운치와 기품을 즐기기엔 많이 부족해 보였다. 정자를 철거하고 다른 시설물을 지어야 하나? 고심 끝에 이야기가 있는 시설물을 철거하기 보다는 보완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팽나무 정자 리모델링을 알리고 디자인을 공모했다. 학생과 교직원들의 공모가 이어졌고 최종 세 편의 후보를 놓고 투표를 실시하였다. 1안은 다락이 있는 복층 정자, 2안은 벽을 세우는 오두막 카페, 3안은 정자 정비 놀이 시설 추가. 투표 결과 압도적으로 다락이 있는 복층 정자가 선정되었다.

 

임가이버님과 보조 짱구쌤은 설계도를 그리고 곧바로 공사에 들어갔다. 다락을 올리기 위해 아연강으로 구조물을 세우고 질좋은 소나무 원목으로 바닥을 깔기로 했다. 난간을 만들고 경사 계단까지 일사천리로 2주 만에 공사 완료. 공사가 완료되자 6학년 선생님과 아이들의 벽화가 그려졌고, 5학년 선생님의 뻐꾸기 그림 추가, 짱구쌤의 만화책 서가 제작, 체스와 공기, 만화책 기증, 부채와 목침, 쿠션 등이 추가로 꾸며졌다. 최근에는 태양광 조명이 설치되어 야간 정담 장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생활하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고 불편한 곳을 고쳐 더 나은 공간으로 바꿔보려는 건축 수업은 미래 교육에서 추구하는 자기 주도성의 적극적 실천이다. “내가 사는 공간을 내 힘으로 바꾼다.” 우리가 열어가는 미래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