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나눔 에세이 2021-⑥]
오늘 못해도 돼~~
교과/단원명 | 수학/6. 곱셈 | 주 제 | 몇의 몇배를 곱셈식으로 나타내기 |
수업자/대상 | 오**/2학년 13명 | 수업일 | 2021. 6. 29.(화) 2교시 |
3+3+3+4는 왜 곱셈식으로 나타낼 수가 없을까?
동기유발, 도입을 생략하고 곧바로 학습지에 들어간다. 1분 만에 해결하는 아이도 있고 도우미샘과 느긋하게 배우는 친구도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모둠으로 모이고, 각 3번 친구가 대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뚝딱, 모둠과 개별 배치가 서너 번 뒤바뀌고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합체와 변신을 넘나든다. 배움과 협력이 자연스러운 교실이다. 클라이막스는 점프과제라 불리는 ‘3+3+3+4는 곱셈식으로 나타낼 수 있나요?’ 모둠 토의를 거쳤음에도 전원 “나타낼 수 있어요! 3×4요, 4×3이요” 교사가 개입한다. 힌트를 제시하고 수업 전반부의 개념을 상기시킨다. “○씩 ○묶음, ○의 ○배” 그리고 다시 묻는다. “이것을 곱셈식으로 나타낼 수 없는 이유는 뭘까요?” 정답에 가까운 대답 “같은 수가 더해지지 않았어요.”를 전체에게 말하게 한다. 확실한 매듭짓기다.
한동안 나의 라이벌이었던 [위대한 수업]의 에스퀴스 선생님 슬로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어!” 더 어려운 걸 배워서 해낼 수 있다는 이 무모한 선생님의 믿음을 교실에서 실현해 보고 싶었는데, 그 일단을 우리 2학년 교실에서 얼핏 보았다.
“사랑받고 있어 좋아요”
수업 후 교장실에서의 차모임에서 선생님은 부모님께 이렇게 말했다. “난 아이들의 사랑을 느껴요. 사랑받고 있어 좋아요.” 행복해 보였다. 그런 아이들과의 시간에서 오늘 수업만이 다가 아니다. “어렵지? 그래도 걱정마. 다들 곱셈을 잘하게 될 거야. 난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어. 오늘 못해도 돼!” 솜털같이 많은 날들이 우리에게 있으니 걱정은 접어두고 지금은 서로를 충분히 사랑할 때~
난 「전문적학습공동체」, 「회복적생활교육」, 「배움의공동체」같은 말들이 낯설고 불편하다. 일본식 표현인 ‘적(的)’이나 ‘의’가 쓰인 것도 그렇지만 특정한 단체나 개인이 사용하는 이름을 여과 없이 사용하는 것이 더 그렇다. ‘동료들 공부 모임’, ‘관계 중심의 생활교육’, ‘협력이 있는 배움 수업’처럼 ‘내것’화한다. 각설하고. 혁신학교 용방초의 교실수업은 정해진 이름과 과정이 없다. 다만 염두에 둘 키워드쯤을 갖는다면 ‘협력’, 그리고 ‘질 높은 배움’이다. 오랜 시간 교실에서 진실하고자 했던 수업자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지켜본 동료로써 그와 함께 근무하는 것이 참 좋고 영광이다. 모두가 자기 교실에서 아이들과 행복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든든한 동료가 되어간다.
2021. 6. 30.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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