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떨림과 울림

짱구쌤 2018. 12. 27. 15:24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과학

[떨림과 울림 / 김상욱 / 동아시아]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충분한 물질적 증거가 없을 때, 불확실한 전망을 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과학의 진정한 힘은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 데에서 온다. 결국,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이라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다.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다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269

 

친절한 과학선생님이 있었더라면

유시민의 말처럼 그런 분이 있었다면 난 과포자(영포까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 아이들에게는 아는 범위에서는 최대한 친절히 가르쳐준다. 절대 과학은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을 강변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가르치면서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이것을 다 알고 가르치나?’ 다행히 내가 아는 것 까지만 나온다^^

물론 모르면서 가르친 것이 몇 개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발견했다. 바로 달에 관한 것이었다. 창피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는 의미로 공개해야겠다.

달은 자전주기와 지구를 도는 공전주기가 같아서, 달에서는 지구가 늘 움직이지 않는 모습만 볼 수 있다.

달에서 하루는 자전주기인 27.3일이다.

솔직히 이 책 역시 다른 과학책과 마찬가지로 태반은 이해하지 못하면서 뽀도시 읽었다. 애써 자책하지 말자며 말이다. 그런 내 심정을 알기라도 하듯 탈출구도 써 놓은 친절한 책이다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라고 단언-리처드 파인먼(1965년 노벨물리학상) 미시세계를 이해하는데 필수인 양자역학은 정말 불가해한 영역이었다. 입자설과 파동설의 양면성을 모두 지닌다는 원자부터 시간과 공간이 휘어질 수 있다는 상대성이론까지 모두 넘사벽이다. 그래서 난 지금도 영화 인터스텔라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데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맘편히 쿨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잘 모르겠다고. 그런데 그것이 과학적 태도란다.

 

개념과학자

과학자가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 절대화하면 개인만 불행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대량 살상무기를 만든 이들도, 4대강 개발자들도 모두 과학의 이름으로 행하였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과학은 그래서 더욱 사회적 책무성이 요구되는 분야일 것이다. 저자의 과학을 지식이 아니라 태도라 하였다. 그의 개념을 논할 바는 아니지만 행간에서 보여 지는 것은 신뢰할 만 한 것이었다.

역사는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불리한 여성의 지위를 이용하여 착취한 이야기(75)

혹자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물질적 풍요는 분명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하지만 부를 분배하는 것, 즉 분포의 표준편차를 줄이는 것은 또 다른 이슈다. 온도는 표준편차가 결정한다. 우리가 아무리 부의 평균을 높이더라도 표준편차를 줄이지 못하면 사회는 뜨거워진다는 말이다.(216)

 

아름다운 과학

우주에 빈 공간은 없다. 존재가 있으면 그 주변은 장으로 충만해진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을 우주 구석구석까지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렇게 온 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속삭임을 주고받는다.(173)

제목도 참 멋지지만 과학자의 이 말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래서 난 또 결심한다. 과학을 친절하게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고 아름답게 가르치고 싶다. 무슨 일은 하든 예술의 경지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오십을 훌쩍 넘기고도 여전히 결심만 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20181227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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