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천상의 컬렉션

짱구쌤 2018. 10. 14. 15:25

 

 

나만의 보물

[천상의 컬렉션 / KBS / 인플루엔설]

 

오주석의 자랑

내 마음의 우리 문화 스승인 미술사학자 오주석이 자랑한다. “세계 회화사에 빛날 인류 유산이라 극찬한 작품은? 조선 후기 천재 화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 863cm 길이의 대작, 블록버스터다. 강과 산이 끝없이 이어진다 라는 제목처럼 수많은 풍경과 인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얼핏 산수화처럼 보이지만 360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각종 건물과 시설도 망라되어 있다. 정조의 총애를 받던 이인문이 주군을 잃고 그의 이상 세계를 화폭에 그려 넣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정조가 꿈꾸었던 조선의 강산.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볼 이유가 생겼다. 그간 몰랐던 이 그림의 가치를 확인해보아야 한다.

 

천상 컬렉션

문화재도 예능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담당 PD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착안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우리 문화의 최고 작품을 거대한 비디오월로 감상하며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다. 기획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요즘 유행하는 경쟁패턴이 걸리기는 하지만 동도서기(東道西器) 쯤으로 넘어갈 수 있는 애교다. 앞선 강산무진도를 포함한 김홍도 사계풍속도, 장승업 매화 병풍 등의 회화, 황남대총 금관, 금동대향로, 감은사 사리장엄구등 공예, 달항아리, 찻잔 등 도자, 금동미륵보살반가상, 천상열차분야지도 등 조각, 사초, 호동서락기 등 전적을 다룬다. 유람기인 호동서락기나 바둑판 목화자단기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홍준과 오주석을 통해 익히 보아온 것들이다. 기획자의 기발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휴튼 컬렉션

우리 집에도 컬렉션이 있다. 아파트 이름을 딴 휴튼 컬렉션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국립마한박물관 등에 갈 때마다 한 점씩 구입해서 구성한 것들이다. 비싸보아야 10만원을 넘지 않은 소품들이지만 최대한 진품의 세밀함을 담고 있는 것들로 20여 점을 모았다. 국립박물관에서 판매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국산이면서 일정한 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화보와 엽서도 약간 있지만 항구성을 위해서는 조각품이 제격이다. 나중에 집을 짓게 된다면 적당한 공간을 디자인해보고 싶다. 가끔 아이들의 학습을 위해 교실에 이동 박물관이 차려지기도 한다.

 

나만의 보물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나만의 보물은 단연 백제금동대향로. 실재로 진품을 본 것이 총 다섯 번, 그때마다 매번 감동은 다르지 않았다. 1994년 첫 전국 순회 전시회 광주박물관에서 만났을 때의 이름은 용봉봉래산향로였다. 아직 금동대향로의 이름을 얻기 전이었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 번, 그리고 영구 전시지인 국립부여박물관까지 세 번의 만남이 더 있었다. 천년 왕국 경주에 남아있는 수많은 유적과 유물에 비하면 백제의 그것은 초라하고 민망할 정도다. 승리자들의 철저한 파괴와 곡해 속에서 백제는 잊혀져갔다. 1993년 겨울 진흙더미 속에서 이 향로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백제는 수수하고 소박한 문화라는 역사책의 폭력적(?)정의가 정당화 될 뻔 했다.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侈)는 김부식의 백제도 이 향로에만은 예외여야 한다. 한 번도 해외로 반출된 적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누구나 보물은 있어야 한다.

20181014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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