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어디서 살 것인가

짱구쌤 2018. 7. 31. 11:07

 

양계장에서는 독수리가 나오지 않는다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 을유문화사]

 

건축학적으로 보자면~’으로 시작하는 역사, 사회, 정치, 경제학 강의가 새롭고 재미있다. 몽골이 로마처럼 제국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 이유, 한국에서 교회가 부흥한 이유, 현대인이 SNS를 하는 이유 등을 건축학으로() 설명한다. 일리가 있다.

 

학교 건축 독립선언

알쓸신잡2’의 건축가 유한준이 마음먹고 학교 건축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학교 건축에 대한 주장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학교 건축은 교도소다. 건국 이래 변하지 않는 학교 건축이 바뀌고 나서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다.’ 높은 담장, 상자형 교사동에 넓은 운동장, 전국 어디나 똑같은 공간에서 창의적인 인간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건물은 저층화 되고 분절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사람 몸의 50배 정도 크기의 주택 같은 교사가 여러 채 있고 그 앞에 다양한 모양의 마당이 있는 공간에서 커야 한다. 그래서 1학년 때는 삼각형 모양의 마당에서 놀다가, 2학년이 되면 연못 있는 마당에서 놀고, 3학년이 되면 빨간색 경사 지붕이 있는 교실 앞마당에서 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아이들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정상적인 인격으로 클 수 있을 것이다. (41)

운동장으로 나가기 쉬워야한다. 교무실은 고층으로, 아이들 교실은 저층으로 가야 맞다. 시설로 인식되는 거대한 교도소 같은 건물 말고 낮은 건물들이 여러 개 나눠져 있어 산책도 하고 그늘에서 쉬기도 하는 공간이라야 스토리가 생긴다. 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스머프 마을 같은 학교다. 방과 후에는 개방된 운동장에서 주민들이 운동하고, 사라진 담장 사이로 상가 건물이 들어서서 아이들을 감시(?)하고 키운다. 학교 건물은 낮은 층으로 나누어 지어 지고 사이사이에 작은 정원과 산책로가 자리 잡는다.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3미터 이상 높이의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2.4미터 높이의 아파트와 허리를 구부려야 할 만큼 낮은 1.5미터 높이의 봉고차와 2.6미터 높이의 교실과 2.5미터 높이의 상가 학원 천장에 짓눌려 산다. 우리는 창의적인 아이들을 기형적인 공간을 통해서 점점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45)

2.6미터 동일한 천장 말고 3미터로 기울어진 삼각형 천장, 둥근 천장에서 공부하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학교건축 상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지만 단단한 현실 앞에서 절망했던 경험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우선 가능한 대안도 내놓는다. 건물을 다 바꿀 수 없다면 부분적으로라도(테라스를 만들거나, 교실을 1층으로 옮기거나 등) 실천하기를 제안한다. 도시 건축 전문가가 학교 건축을 제일성으로 외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학교건축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

 

내일부터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다. 장소를 옮기고 생소한 사람들과 사무적인 일을 처리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즐거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품는다. 학교 건축에 대한 발칙한 상상이 즐겁다. 하지만 글은 당분간 띄엄 띄엄일 것이다. 그것이 슬프다.

2018731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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