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5배신-김용철

짱구쌤 2012. 12. 30. 22:15

 

 

내 행동은 현상부터, 남의 행동은 동기부터!

[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 / 김용철 외 / 한겨레출판]

 

 

 

Q. 배신당했다는 많은데 자기가 배신했다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A. 내 행동은 동기부터 이해하는데 상대방의 행동은 결과부터 이해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이 책이 나온 시기가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 사건 이후다. 이때 사회적으로 ‘배신’이 화두로 제기될 때인데 많은 이들이 삼성비자금 사건의 본질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 곳에서 누릴 것 다 누렸으면서 이제 와서 배신이냐?’며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비서실 법무팀장)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제법 나왔던 기억이 난다. 달을 보라는데 가리키는 손을 보는 격이다. 모두 여섯 명의 강사와 인터뷰하고 강연 듣는 내용을 정리해서 책으로 펴낸 것인데 김용철 변호사에겐 ‘삼성의 배신, 나의 배신’,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에겐 ‘배신의 정신 분석’, 진중권 교수에겐 ‘대중의 배신, 논객의 배신’, 정재승 교수에겐 ‘배신의 과학’,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에겐 ‘이명박 정부의 배신’, 조국 교수에겐 ‘교수와 법률가의 배신’을 주제로 이야기 한다.

 

배신은 뒷통수 때리기나 등에 비수 꽂기 등 우리 사회에서는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상호 모두가 배신이라고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앞ㅅ허 이야기했듯 사람들은 자기 행동에 대해서는 동기부터 차근차근 방어하며 이해를 화기 때문에 자기가 배신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상대방에 대해서는 나타난 결과나 현상만을 보고 판단하기에 모두 배신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사 배신’이라는 것이다. 유사 배신을 배신으로 분별하지 못해서 “내가 배신을 당했어.” 하면서 “내 상처가 너무 깊어 이제 사람을 못 믿겠어” 라고 호소한다면 이건 그저 감정의 과잉, 호들갑, 미성숙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주로 연인들 사이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돌아볼 일이다. 직장생활에서도 가끔 나타나는데 팀장이 팀원들을 잘 챙기고 배려하는데 팀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고 자기를 험담하는 것을 보고 팀장은 당연히 배신당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팀원들은 그 팀장이 너무 프라이버시를 많이 침해하여 같이 지내기가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나이 들어가니 또 돌아볼 일이다.

 

다음은 사회적 배신인데 간혹 언론에 등장하는 ‘내부 고발자’(양심선언자)를 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무척 이중적인 것을 지적한다. 조직이 건전해지기 위해 내부고발은 필요하나 조직의 안정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논리가 횡행하는 것이다. 배신은 그것으로 인해 배신하는 사람이 득을 보았을 때 우리가 비난하는 배신이 되는데 내부 고발자의 배신(내주에서만)으로 인해는 사회적으로는 더 큰 혁신과 안정을 가져왔으므로 그것은 배신이 될 수 없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삼성의 비리척결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두고 두고 아쉽다.

 

진중권 교수는 지식인과 대중과 관계에서 배신을 분석한다. 대중은 사안에 따라 언제든지 지식인을 배반할 수 있으므로 지식인은 대중에 영합하거나 추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실러는 ‘지식인은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중이 들어야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라고 정의했다. 진교수 자신이 ‘황우석 사태’와 ‘디워’ 사태에서 대중들로부터 당한 배신을 떠올리며 하는 충고라서 가슴에 와 닿는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를 얼마 전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다기 보다는 느끼며 읽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 역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을 높이 샀지만 언론에서 나오는 ‘10억 연봉설’ 이나 ‘조직의 이단아’ 등 그를 비난하는 논조에 일말의 동조를 하고 있던 차라 미안함과 창피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다음 기회에 자세히 그 느낌을 기록할 계획이다.

 

작년 말인가 정말 반가운 소식을 들었었다. 김변호사의 양심선언이후 삼성의 갖은 방해로 어떤 직장도 가질 수 없었던(법무 법인 변호사는 물론 제과점 운영에서도) 그가 광주시교육청 감사관으로 공채되었다는 기사였다. 우리 사회가 그에게 빚진 것을 다소나마 갚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장휘국 교육감과 그를 있게 한 광주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결론은, 내 행동은 현상부터 생각하고 남의 행동은 동기부터 생각해서 ‘유사배신’같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하지 않아야겠다.

2011. 8. 5.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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