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9명인에게 길을 묻다-윤중강

짱구쌤 2012. 12. 30. 19:40

 

 

 

감동이 없는 삶, 박제가 된 명인들

[명인에게 길을 묻다 / 윤중강 외 / 민속원 ]

 

진옥섭의 [노름마치]에서 장금도와 문장원 명인의 삶은, 춤은 한편의 그림, 예술이었다. 드라마틱했으며 애절했다. 그때의 감동을 잇고 싶어 고른 책이 바로 이 책, [명인에게 길을 묻다]이다. 예의 진옥섭을 포함하여 윤중강 등 공동저자가 이 시대의 명인 10명을 찾아가는 책이다. 이매방, 성창순, 조통달, 김영재, 이생강, 김청만 등 존재 자체가 예술인 거장들의 이야기 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상하게 난 노름마치의 감흥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60-80평생 예술혼이 스며있어야 할 이야기는 잘 차린 프로필의 긴 이야기에 다름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노름마치]의 명인들은 시대를 풍미하였으나 그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지나간 스타, 잽이들에 대한 헌사이다. 진옥섭은 그들 명인 한 분 한 분의 삶을 진정으로 존경하며, 뒤안길로 쓸쓸이 퇴장해서 잊혀질 지 모를 예술에 가슴 아파한다. 그 아픔의 공감이 읽는 이를 애절하게 하고 감동케 한다. 전라도 춤꾼 장금도는 한 시절 예기로 풍미하였으나 이제는 자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마지막 무대에 서야한다. 가능하면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과거에 대해 우리를 마주서게 한다. 안타까움이다.

 

[명인에게 길을 묻다]의 명인들의 삶도 분명 질곡이 있었을거다. ‘사내놈이 무슨 춤이여’라는 핀잔과 편견 속에서도 평생 舞의 길을 걸어 온 이시대의 명무 이매방 선생이나 아무도 하지 않은 거문고 산조와 거문고병창에 일평생을 매진한 김영재 명인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책의 저자들은 그 질곡을 참 무던히 기록한다. 현재의 성취에 집착한 나머지 예인의 걸었던 길가의 풍경이나 노고에 덜 집착한다. 삶에 대한 경탄이 꼭 잘 해서, 많이 이뤄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저자들이 명인의 삶을 더 이해하려고 했어야 했다. 빛나는 성취만 보여줄 게 아니라 평론자로서 해설할 게 아니라 동반자가 되어 안타까움과 나락도 기록했어야 했다. 삶에 대한 애정어린 천착이 없는 기록은 건조하다. 명인의 삶이 건조해졌고 그들은 지금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도자기처럼 감흥이 없다. 어디 명인의 삶만 그러하겠나? 누구든 그가 내 앞에 있다면 주목해주고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나도 그런 대접을 받는다.

2011. 7. 29.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