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6도시읽는 CEO-김진애

짱구쌤 2012. 12. 30. 19:33

 

 

부디 당신의 온전한 하루를 당신의 계획대로 써보라

[ 도시 읽는 CEO / 김진애 / 21세기북스 ]

 

방학 첫날, 조용한 집에서 책 보고 글 쓰며 보낸다. 큰 녀석의 성적 때문에 비상이 걸린 집에서 모두가 자기 시간표대로 조용히 지내고 개구쟁이 둘째는 태권도학원 첫날부터 물놀이 갔으니 절집이 다름 아니다. 나야 좋지..

자신의 책을 추천하는 도시학자 김진애를 안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으나 정작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 10년 전쯤 TIME誌가 선정한 ‘세계를 이끌 100인’에 들어간 김진애, 그녀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흔하지 않은 도시 전문가로 서울 인사동 길을 디자인했고, 산본 신도시 계획자, 세종신도시 입안자로 계속 신문에서만 보았던 그녀가 작년 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중간에 들어와서 한 첫 연설 “토건삽질 4대강 사업을 막으러 국회에 들어왔다.”고 일갈하던 당당한 여성 정치인.

책을 사보기에는 아직 뭐해서 집 앞 시림도서관에서 며칠 기다려 대출받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딱딱할 것 같은 도시이야기를 사람이 사는 도시이야기로 풀어 쓴 글력이 대단하다. 우선 세계의 유명 도시는 거의 다 가보았을 그녀의 이력이 부러웠고, 도시학 이라는 것이 여느 공학과는 달리 인문학적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임을 깊이 깨달은 것이 큰 소득이다. 하긴 의자 하나 만드는데도 철학과 관점이 필요하거늘 도시야 말할 것이 없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에서는 도시이야기를 도시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독자 자신의 주제와 결부시키라고 권한다. 우선 호기심, 모든 첫 경험의 설레임을 기억하듯 호기심이 모든 일의 원천임을 강조한다. 2부는 선택과 성찰, 선택을 위해 어떻게 핵심을 파악할 것인가? 지혜로운 선택을 위해서는 성찰이 필수, 3부에서는 몰입, 온몸으로 직접 경험하며 푹빠지고 기뻐할 것을 권하며 4부는 상상.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무한한 상상력,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음을 그녀가 가진 전문적 지식과 통찰력으로 증명한다.

개인적으로는 3부 “몸을 담고 기쁨에 빠져라”가 가장 가슴에 닿았다. 제주올레길의 작명가로서 올레길, 인사동길, 북촌길처럼 걸어다니고 싶은 도시가 좋은 도시임을 말하는 ‘걷고, 걷고, 또 걷다’, 어느 도시든 하루 종일 있어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다는 ‘온전한 하루를 쓰라’, 눈이 스르르 저절로 감기는 그런 곳이 어딘지를 떠올리라는 ‘눈을 감다’, 뭐니 뭐니해도 맛난 음식이 있는 도시여행 ‘먹어봐야 남는다’, 도시의 꽃인 광장에 나가 사람과 어울리라는 ‘사람 속에 풍덩 빠져라’, 제 아무리 훌륭한 도시라도 내가 사는 곳이 최고의 도시라는 ‘살아보면 최고다’등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정말 맞다는 것을 조목 조목 이야기하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는 하루를 엄청난 스케줄과 일로 생활하면서도 그 일을 마치고는 ‘난 왜 이리 공허한가, 왜 몰입이 안 되는가?, 왜 소모 당한다는 느낌에 자주 빠지는가?’ 이런 느낌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계획을 세워 온전하게 하루를 써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하루를 스스로 채워보고 이 세상의 마지막 하루라고 생각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에 갈 것인가? 무엇을 볼 것인가?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이 새벽을, 이 아침을, 이 점심을, 이 오후를, 이 저녁을, 이 밤을 온전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항상 쫒기는 느낌에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온전한 하루를 계획해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체를 조망하고 균형 갖춘 시각을 갖게 됨을 느낀다. 한정된 시간을 자신에게 밀도 있게 쏟으며 나오는 깨달음이다.”

 

세상 모든 이야기, 그것이 도시이든, 역사이든, 예술이든... 어디 사람이, 아니 자신이 빠지고서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십 개의 매력적인 도시를 소개받고도 단 하루, 나를 위해 온전히 계획하는 것을 더 꿈꾼다.

 

2011. 7. 22.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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