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8홀가분-정혜신

짱구쌤 2012. 12. 30. 19:38

 

 

언제나 당신이 옳습니다

[ 홀가분 / 정혜신 / 해냄 ]

 

우리말 중 감정을 나타내는 말은 420개 정도인데 쾌(快)와 불쾌(不快)의 단어로 나누면 3:7 정도의 비율이라고 한다. 쾌를 나타내는 단어 중 그 정도가 최상인 것을 꼽았더니 ‘홀가분하다’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이 보태진 상태가 아닌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뿐한 상태’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는 것. 사실인 것 같다.

 

정혜신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아마 남성의 심리를 가장 잘 아는 정신과 전문의일 것 같다. 전에 읽었던 남자VS남자, 사람VS사람을 통해 남자 저명인사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했는데 정말 심연을 꿰뚫는 의사라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근래 저자가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을 심리적으로 치료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을 때 그녀의 관심이 비단 남성 개인의 심리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이르렀음에 감사했다.

 

이 책은 ‘마음 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늘 곁에 두고 읽어 두면 마음의 큰 병을 막을 수 있는 예방주사 같은 책이다. 어느 한 쪽도 그냥 하나마나한 건성글이 아니라 진심으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실린 좋은 글이 수두룩하다. 밑줄 그은 것만 써보면,

 

- 최고의 심리경호는 남의 마음을 잘 살피고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소망과 내 감을 있는 그대로 감지해내고 지지해 주는 일이다.

- 소외와 배제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주위에 있는 누군가에 내가 먼저 눈 맞춰주고 허벅지 꼬집으면서라도 그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주면 된다.

- 괜한 곳을 기웃거리며 쓸데없는 경쟁구도 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다.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은 자신을 쓸데없이 어둠의 세계로 밀어 넣지 않는 자기보호 정신

- 내가 왕년에... 를 입에 올리는 이들은 현재 상태가 썩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거나 미래를 기웃거리는 일보다 현재의 주위를 둘러보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진짜배기 행복이다.

- 자신의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외부 시선에 관계없이 정확하게 찍어낼 수 있는 거품 감별사

- 애정어린 비판은 말하는 이가 비판이 아니라 애정 쪽에 온 체중을 실어야 비로소 비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 모든 사람 스트레스의 근원은 사람이지만 동시에 해결책 도한 그 사람 안에 있다.

- 눈물도 말(言)이에요.

- 나이가 들수록 지혜와 아량이 어른의 필수 조건인 것 같다.

- 나의 선한 행동이 이중적이라는 느낌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있더라도 계속하다면 보면 결국 그 이중성을 뛰어넘어 내 본성을 발견하게 된다.

- 오롯이 혼자 서게 된다는 것

 `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을 왜곡하는 일을 멈출 때

 ` 실패를 경험한 후에도 자신의 탓하지 않을 때

 

그 중 가장 가슴을 울리는 글은 이것이다.

 

“누군가 어떤 결정을 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까닭에 제가 심리적 영역에서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은 ‘임신부 식성론’입니다. 임신 후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음식은 현재 내 몸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걸 먹으면 됩니다. 그게 지금 나와 태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니까요. 자기 결정에 불안해하고 그 결정에 확인받고 싶은 간절함에 외로운, 모든 이들에게 무한의 지지와 격려를 보냅니다. 당신이. 늘. 옳습니다.”

 

울건 웃건 아기가 존재 그 자체로 빛나는 가치가 있는 것처럼 흐리든 화창하든 나에겐 ‘나’ 그.자.체.로.가 그대로 쓸.모.입니다. 늘.

 

수행하는 스님들에게는 공부를 같이하는 동무를 도반(道伴)이라고 한다. 길을 가다 문득 내가 깨닫지 못한 것들,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들을 자극하는 동무, 나를 기분 좋게 흔들어 깨우며 나를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만드는 동무가 내게도 있다. 나도 그런 도반이 되고 싶다.

나를 위로하고 지켜주는 심리적 주치의 정혜신이 있어 든든하다.

 

2011. 7. 29.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