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0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

짱구쌤 2012. 12. 30. 18:17

 

 

만약 정조대왕이 더 오래 살았다면?

[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 / 김준혁 / 여유당]

 

조선왕조 최대의 비극적 사건인 사도세자의 죽음, 가장 뛰어난 文武를 겸한 군주, 새로운 시대정신의 결집체 화성 축조, 정점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국왕의 죽음, 그리고 그로 인한 다산 정약용의 귀양 등 정조 시대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를 역사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이미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가 만들어져 대중의 사랑을 받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역사에서 ‘만약은?’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대하면서 하는 이 ‘만약’에를 빼면 역사는 사실 김빠진 지난 간 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라고?’처럼. 정조가 더 오래 살았다면 조선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그가 꿈꾸던 이상 도시 화성으로 도성을 옮기고 평화적으로 아들 순조에게 왕권을 이양하고 자신은 조선의 국력과 왕권을 강화하는데 전념하였다면 서얼 차별을 철폐하고 실학자를 등용한 그의 정책이 열매를 맺었다면, 새로운 시대정신을 꽃피워 서역과 교류를 강화하였다면 조선은 이후 식민지를 면했을까? 어쩌면 정조 시대에 대한 한없는 관심은 이러한 아쉬움의 반영일 터, 저자는 그러한 우리들의 기대를 아는 듯 정조대왕의 통치 철학과 조선 문명의 집적인 화성, 그리고 미완의 통치를 애정 어린 필치로 종횡무진이다.

 

정조이야기에서는 정조시대의 정치 지형, 조선의 과제와 정조의 개혁, 정조의 죽음의 과정이 소상히 나타난다. 책 대부분은 동양 최초의 신도시 화성에 대한 기록이다. 화성유수부, 장용영, 장대, 장안문, 팔달문, 공심돈, 화홍문, 방화수류정, 봉돈과 노대, 화성행궁 등 화성의 주요 건축물을 전문가적인 시각에서 기술한다. 새롭게 안 사실도 많다. 특히 노대가 그것인데 수원에 갔을 때 제일 많이 구경하는 팔달문과 장안문을 지나 화홍문과 행성을 구경하는 것으로 답사를 마쳤는데 그 중 노대를 그냥 지나친 기억이 있다. 쇠뇌라는 첨단무기를 발사한 주요 군사 시설을 미리 알았을 리 만무하다.

 

이순신과 정조의 공통점은?

[의궤]란 국가의 주용 사업이나 행사를 그림과 글로 기록해 놓은 책을 말하니 화성(수원성)을 만드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 바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이다.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보물이다. 김자근노미, 최망아지, 이부엉, 안돌쇠, 조은쇠, 김일돌 등 당시의 공사에 참여했던 일반 백성들의 이름이 다 기록되어 있으며공사 책임자 실명제, 공사 재료의 양과 가격, 심지어는 상량식 때 쓴 음식의 내용까지 그림과 함께 낱낱이 기록 되어 있다. 실로 건축기록물의 집대성이다.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때 사실은 지정 사무국 심상에서 탈락할 뻔 한 일이 있다. 그 뛰어난 건축양식에도 불구하고 복원 건축물이라는 결정적 하자 때문이었다. 알려진 것처럼 일제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상당 부분의 훼손을 가져온 화성은 1970년대부터 복원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 때 우리 측에서 제시한 자료가 [화성성역의궤]이다. 이 책에 근거하여 완벽한 고증으로 복원건축되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 건축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치밀한 기록성, 그것이 그것을 가능케 한 조선의 문명이다. 7년 전쟁 중에도 기록을 놓지 않았던 충무공과 정조의 공통성이다. [어깨동무]를 통해 나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나와도 공통점이 있다고 하면 억지겠지?

 

다시 역사에 묻는다. ‘정도가 더 오래 살았다면?’ 다른 것은 몰라도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방대한 저작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고의 세우러 18년을 온전히 백성을 위한 학문에 몰두했던 시대의 巨學은 탄생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역사는 공평하다. 수원에 가볼 이유가 생겼다.

2011. 6. 25. 비오는 날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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