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15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김제동

짱구쌤 2012. 12. 30. 18:08

‘기분파’가 만난 사람, 사람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 김제동 / 위즈덤경향)

 

자신을 “좌파도 우파도 아닌 기분파”라며 웃기는 연예인임을 강조하는 우리시대의 입담 김제동이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미 시대의 아이콘이 된 소녀시대부터 쇠귀 신영복 선생까지 좌우, 신구를 막론하고 그가 만난 사람들과 소통한 기록은 여러 사람의 삶을 한꺼번에 살짝 들여다본 것처럼 오지다.

김제동하면 나에게는 두 단어가 우선 떠오른다. 동질감과 부러움(부끄러움?)

우선 그의 소탈하고 자유분방한 외모가 한없는 동류의식을 갖게 하며 야전에서 굳은 그의 사회자 경력이, 그만큼 아니지만 제법 사람들 앞에서 사회를 봤던 내게는 더없는 공감이다. 부러움은 많다. 나보다 한참 어린 나이에도 그가 갖고 있는 깊은 철학과 진중함(그는 전문대를 11년이나 다녔다). 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 상당한 돈을 기부하면서 산다는 것, 그의 꿈이 대안학교를 세우는 것이라는 데서 이미 내 상대가 아니고 上手.

알려지다시피 그는 상당한 독서, 사회이슈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재담꾼이다. 야구장 전문사회자로 출발한 그가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을 통해 허접한 30대가 아닌 끼 있고 생각하는 연예인으로 발돋움하기까지 그는 머리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 몸으로 가슴으로 살아온 예인이다. 그가 평소에 만나고 싶어한 사람을 25명이나 인터뷰했다니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이다. 인터뷰는 잘만하면 읽은 이에게 전기문을 통째로 압축해준다. 김제동은 그 능력이 탁월하다. 신변잡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정곡과 주변을 오가면서 재미와 감동을 주는 능력. 또 다시 부럽다.


인상 깊은 대목은,

“전 제 자리와 바꾸기 싫어요. 역사의 바른 편에 서 있다는 그 느낌이 훨씬 행복해요. 가난하고 억울하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있는 지금이 훨씬 좋습니다. 이런 정부하에서 너무 잘나가면 그것도 이상한 거죠” -박원순 변호사

“진짜 보수가 되려면 군대 가고, 세금 제대로 내고, 사회에 봉사하고, 법칠를 하고 기본을 해야죠.”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마지막 공 하나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땅볼로 날아간다고 뛰다 말고 돌아오는 거, 나는 인정 안 해. 안타가 아니더라도 전력을 다하면 송구 에러가 나고 그게 안타를 만들거든. 그게 진정한 프로지.” -양준혁 야구선수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꽝꽝 얼어붙은 겨울강/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일생에 한번은/모든 흐름을 멈추고/서로 한몸을 이루는/순간은 뜨겁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오나/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시인

“이 사회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면 좌빨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전 자랑스럽게 좌빨이라고 하겠습니다.” -문용식 나오콤 사장

"자유란 자기이유로 사는 것. 반 에덴이 쓴 동화 이야기를 자주 예화로 들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길섶에 있는 버섯을 가리키며 ‘이게 독버섯이다’라고 말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독버섯이 충격을 받고 쓰러지죠. 옆에 있던 친구 버섯이 위로하는 마을 들어보세요.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일 뿐이야. 식탁에 오를 수 없다. 먹을 수 없다는 자기들의 논리일 뿐인데 왜 우리가 그 논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우리 자신이 갖는 인간적 이유, 존재의 의미를 가져야죠. 신자유주의적 가치와 질서에 포획 당한 화견에서 투철한 자기 이유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영복 교수


“저는 세상에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는 걸 배웠습니다. 사람마다 무늬와 색깔이 다르고, 깊이와 넓이가 다르지만 이 땅에 함께 숨 쉬고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분들과 만나는 게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김재동

졌다. 김제동. 역시 上手

-2011. 5. 19.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