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13행복한 통일이야기-안영민

짱구쌤 2012. 12. 30. 17:56

 

통일, 철 지난 유행가인가?

<행복한 통일 이야기 / 안영민. 도서출판 자리>

“통일을 왜 해요? 지금처럼 살면 좋겠어요.”

요즘 아이들에게 많이 듣는 말이다. 어디 아이들 뿐이랴. 통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철지난 유행가처럼 초라하다. 북핵, 퍼주기, 삼대세습, 대북전단, 연평도, 천안함, 6자회담... 매일 나오는 북한 관련 뉴스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왜 이리 되었을까? 2000년 평양 순안공항에서 남북의 두 정상이 포옹하며 55년 분단의 사슬을 끊은 이후, 금강산 관광,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의 첫 완제품 출하, 올림픽 동시 입장 등 우리 가슴을 뛰게 하며 설렘으로 통일을 눈앞에 그리게 했던 때가 얼마 전인데 말이다.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민족21] 편집주간 안영민 기자의 이 책은 바로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10년간의 취재수첩이자 2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쓴 방북기이다. 보수 세력과 수구언론에 의해 끊임없이 양산되어 온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가령, 퍼주기나 잃어버린 10년 등)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 거기에 전염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진짜 통일이 되면 우리의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사회는 혼란스러워질까? 북은 아무 능력도 없는 애물단지일까? 저자는 그간 남북이 교류를 통해 실천하고 증명했던 ‘실적’과 ‘상식’을 통해 이를 반박한다. 통일이 우리에게(남북 모두) 진정 행복과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 역설한다. 통일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희망 섞인 주관이 아닌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행복한 통일’을 이야기한다.

한 가지만 살펴보자. 북한의 광물매장량의 가치는 7,000조원이고(2011, 통계청 북한주요통계지표), 통일코리아는 2050년 GDP규모 G7 국가를 앞서는 경제대국이 될 것(골드만삭스, 2009년 통일코리아 북 리스크 재평가보고서)이라고 한다. 통일은 이러한 유형의 가치를 극대화하여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는 비전을 가져단 준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북한붕괴론의 실체”, “수백만 아사설의 진실”, “북한의 종교 자유”, “선군정치”, “연합과 연방제의 접점” 등 일상에서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30가지 편견과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지은이가 생각하는 통일은 무엇인가? 저자는 통일을 유무상통(有無相通)이라고 이야기한다. 넘치면 나누고 모자라면 채웠던 인류사의 지혜가 바로 통일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넘치는 기술과 자본(쌀 포함), 효율적인 경쟁력을 북에 나눠주고, 우리에게는 없거나 모자란 광대한 자원, 민족의식과 집단성은 북에게서 받아 채우는 과정이 행복한 통일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6.15선언을 통해 밝혔던 실사구시(實事求是)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우리는 이미 통일의 이정표를 가지고 있다. 바로 6·15남북공동선언이 그것이다.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며 통일의 가능성을 꿈꾸게 했던 6.15선언은 남북이 공동으로 합의하고 실천한 유일한 약속이다. 끊임없는 상로 교류를 통해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넓혀가다 보면 어느덧 통일의 문 앞에 닿게 될 것이다.

주제에 비해 가볍게 씌여진 이 책은 단숨에 읽을 수 있다. 나와 공갑내기인 저자의 아버지는 세계적인 수학자 안재구 교수다. 안교수의 책 [할배, 왜놈소는 조선소랑 우는 것도 다른감?/돌베게]을 10여 년 전에 읽었었는데 책에서도 나오는 그 막내아들이 바로 안영민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몇 달 전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만 보는 바보/보림]의 저자 안소영이 안기자의 누나라는 사실, 三가족의 책을 우연히 읽었는데 다 감동과 재미를 주었다. 피는 못 속이나 보다.

 

20여 년 전 북한을 방문하고 온 황석영 작가의 [사람이 살고 있었네]는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었다. 오랜 세월 금기시되었던 북한에 대한 이야기, 통일에 대한 열망을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 알린 계기가 되었다. 안영민 기자의 이 책이 다시 그런 역할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충분히 그럴 만큼 진지하고 재미있다.

분단된 나라의 교육자로서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는 분단의 사슬을 걷어내고 평화롭고 번영된 통일 조국을 만드는 일이라 믿는다. 어느덧 우리 교육자들이 너무 많이 갖게 된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되어 통일을 외면하거나 심지어는 분단을 방조하는 역사적 죄악을 저지르지는 말아야 한다. 책 뒷표지에서 여학생을 놀라게 하려는 장난꾸러기 사내아이의 익살스런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백두산 아래 작은 인민학교에서 전라도 사투리 크게 쓰는 선생님 한 번 하는 것을 소원으로 삼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