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12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위벌리

짱구쌤 2012. 12. 30. 17:52

 

 

작가의 가장 큰 특권은 상상력 아닐까? 그것도 엉뚱한 상상력.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유쾌함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난 처음 이 책의 그랜드 펜윅이 실제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지도를 찾아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그랜드 펜윅은 와인생산을 유일한 소득원으로 하여 중세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유럽 알프스 언저리의 미니 국가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문화와 단절하고 사는 지리산 청학동이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부분적으로 개방과 쇄국을 조화시키는 마을공동체 같은 나라이다. 이 나라에 인구가 늘어나면서 돈이 필요해지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기발한 작가의 상상력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 전쟁을 통해 그것도 미국과의 전쟁을 통해(물론 개전과 동시에 항복해서 전쟁 복구비를 받으려는 얕지만 위험한 술책이었지만)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일이 꼬일라 했는지 그랜드 펜윅의 선전포고는 미국에 전달되지도 않았고, 빌린 어선으로 침공한 중세갑옷의 기사특공대는 때마침 벌어진 미국의 민방위 훈련으로 화성인의 침공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핵폰탄의 수천배 위력을 가진 Q폭탄(수소폭탄?)의 발명가이자 과학자를 납치하는데 성공한 이 특공대는 유유히 미국을 빠져나와 본국에 개선장군으로 돌아온다.

 

강대국들 간의 핵폭탄 쟁탈전을 외교적으로 적절히 이용하는 그랜드 펜윅의 지도자 글로리아나 대공녀는 참 매력적인 인물이다. 약소국들 간의 연맹을 결성하고 강대국 간의 군축과 평화를 조정한다. G20이니 뭐니 해서 여전히 글로벌 남북 격차(부국과 빈국)가 존재하는 이때에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물론 이상이겠지만 말이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현실을 보기 좋게 뒤엎은 희극이자 전쟁과 평화에 대한 성찰이 담긴 진지한 소설책이기도 하다.

 

1950년대 지어진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설정과 배경은 근 1세기를 이어가는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여전한 전횡과 폭압을 잘 대변한다. 근자에 일어난 미국의 리먼 사태나 주택값 폭락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준공황 상태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영향력과 동시에 서서히 저물어가는 황혼의 미국을 동시에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에게 자존과 협력의 묘약이 존재할런지..

 

유쾌한 이야기 속에 담긴 진지한 메시지를 읽는 재미는 독서의 또 다른 매력이다. 상상력이 어디 작가에게만 필요할까? 새로운 세상을 향한 무한한 상상력..

2011년 3월 29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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