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한국미술사강의1-유홍준

짱구쌤 2012. 12. 30. 17:33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인문학 분야가 역사학, 고고학이다. 시간 나면 잘 둘러보는 곳도 유적지이고 책도 역사학 책을 즐겨 본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역사학을 좋아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유홍준 교수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정말 누구 말처럼 한국 미술사에 벼락같이 떨어진 축복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유원지 관광 정도에만 머무르던 우리들의 문화재 관람 식견을 한참이나 품격 높게 만든 책이라 생각한다. 그와 그의 책 때문에 비온 뒤 무위사의 호젓함과 단아함도 알게 되었고 폐사지의 미학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되었다.

 

[한국미술사강의]는 그의 저작을 손꼽아 기다리던 많은 이들에게 참 반가운 책이다. 물론 이 책의 집필 동기는 사학도나 일반인들에게 소파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우리 미술사 안내서가 필요해서 라고 했지만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1,2,3편과 [나의북한문화유산답사기] 1,2편, [정직한 관객] 등 그의 저작들에서 일관되게 관통되어 온 친절한 문화안내서로 손색없는 책이라 생각한다. History of Korean Art가 아니라 Story of Korean Art로 된 이유가 바로 이야기처럼 친근하게 읽혀지길 바란다는 저자의 의도대로 친절하고 쉽게 읽을 수 있다. 선사시대와 삼국, 발해에 걸쳐 우리 문화의 주요 작품들이 총 망라되어 있다.

 

가장 관심이 간 분야는 백제와 관련된 내용이다. 요즘 새롭게 조명받는 백제에 대한 재발견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저자 역시 백제미에 보내는 경의라고 칭하며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ㄹ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고 하였다. 공감한다. 지금껏 본 문화재 중 가장 놀라왔던 두 가지 문화재가 있다. 지난 93년 발견 당시 백제의 부활이라 일컬을 만큼 조명을 받았던 [백제금동대향로]가 그 첫 번째인데 이동 전시라 하여 광주국립박물관에 왔을 때 날마다 구경가서 한참 들여다 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 놀라움과 황홀함이란.. 두 번째는 용산으로 이전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았던 [금동미륵보살 반가상]이다. 독립된 곳에 전시된 이 금동상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았다. 웃을 듯 말듯 한 그 미묘한 미소는 지상의 그것인 아닌 듯 참 편안함을 주었다. 이 반가사유상의 국적을 두고 신라와 백제로 나뉘고 있는데 당시의 교류의 활발성으로 비추어 백제의 영향 하에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우리 미술사의 황금기인 통일신라와 고려가 2편으로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나는 한 때 유홍준처럼 보고 유홍준처럼 생각하였다. 하여 사람들은 그를 문화권력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고백하자면 그렇게 하였기에 지금은 나의 시각으로 문화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 1편-남도답사 일번지 강진에서 가장 비중있게 소개한 무위사는 나의 절이자 우리가족 절이다. 영암 집에서 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거리여서 정말 수백 번은 간 것 같다. 예전에는 국보 극락보전과 후불탱화인 백의관음상을 보러 주로 갔었는데 요즘에는 그 작은 계곡에 피라미 잡으러 가기도 했다.(절집에서 포획이라니?) 비오면 단아하고 호젓한 멋을 느끼러, 더운 여름날에는 수 백년은 족히 될 느티나무 아래에서 커피 한 잔하러, 심심하면 무위사 앞 찻집(무위다원)애서 차 한 잔 하러, 심란하면 마음을 좀 쉬러 다녔던 그 절집이 요즘에는 많이 바뀌었다. 찻집이 문을 닫았고, 사천왕문을 들어서면 돌계단 위로 보이던 극락보전이 이제는 강당을 세로 지어 그 시원한 눈 맛이 사라졌다. 유홍준교수가 찾으면 분명 실망할 일들이 많이 일어나 버렸다. 절집을 내 마음에 맞게 정체시킬 수야 없겠지만 참 단아하고 당당한 절집의 풍모를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가 이렇게 문화재에 대한 애착과 작은 식견을 갖추게 된 것도 순전히 그의 덕이다. 구르는 돌맹이 하나도 쉬이 지나치지 못하고 살펴보는 것도 그이 덕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더라”는 그의 오래된 명제를 신주단주처럼 붙들 때도 있었다. 살면서 나도 그러고 싶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2011년 2월 13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