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69

20년 전 영상이 복원되었다

20년 전 제작해서 나눠준 시디앨범이 복원되었다. 나에겐 없어진 지 오래고 제자들 몇몇이 가지고 있던 모양인데 S전자 다니는 제자가 영상을 재생 시켰다고 한다. 오래전 촌스러운 나도 등장하고, 월출산 천황봉 학급 등반, 완도 약산 섬여행도 나온다. 같이 데려간 첫째 아들 녀석의 어릴 적 모습도 신기하다~~ 함께 복원된 400장이 넘는 사진을 보니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어제 헤어진 듯 당시의 숨소리와 공기까지 선명하다.

어깨동무 2024.02.11

[용방이야기01] 그런 호사쯤은 누리셔야죠

브라질의 대표 도시 리우데자네이루를 굽어보는 거대한 그리스도상을 한 번쯤은 사진으로라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품은 예수님으로 유명해서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고난을 넘어 축복의 상징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졌을 것이다. 중국의 공자상이나 우리 산사의 불상도 그러한 바램과 다르지 않을 테지만 생生에서도, 사死에서도 군상들의 욕망과 질곡을 짊어져야 하는 성인들의 무거운 어깨가 짠해지기도 한다.(누가 누구를 걱정하는지^^) 충무공의 어깨도 다르지 않다. 그의 지략과 단심을 나눠 가지려는 후손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수많은 학교와 공원에,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에, 그것까지는 좋으나 음침한 사당에까지 가둬두기도 한다. 얼마나 답답하고 갑갑했을까? 마음 ..

어깨동무 2024.01.28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EPL 검은 점퍼 아저씨들 늘 궁금했었다. 박지성이 뛰던 맨유의 스타디움에서도, 지금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장에서도 관중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점퍼를 입고 서서 응원하는 아저씨들 일색이다. 무언가에 화난듯한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90분 내내 열광하는 배 나온 아저씨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일말의 궁금증은 이 책에서 해소되었으니 그들은 바로 베이비부머 노동계급이다. EU 탈퇴를 내건 브렉시트를 주도한 이들로, 한때는 복지사회 영국을 떠받치는 주역으로 칭송받다가 어느 순간 이민자를 거부하고 국뽕을 추앙하며 영국 미래세대의 발목을 잡는 꼰대들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런 억울함과 분노를 축구경기장과 펍에서 풀 수 밖에 없는 가련한 동년배들이다. 저자는 이들 중 한 명과 결혼한 일본인이다. 저자는..

어깨동무 2024.01.21

저마다의 최선으로 20년을 달려온 제자들아!

2024년 1월 1일 10시에 만납시다 20년 전 영암초 6학년 2반 교실. 졸업식을 마친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교실에 들러 담임인 짱구쌤의 훈화를 듣는다. “두 가지를 약속합시다. 첫째는 20년 후 1월 1일 1시에 이곳 영암초 운동장에서 만나는 겁니다. 둘째는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합니다. 살아있으면 좋은 날 올테지요.” 진짜로 만날 줄은 몰랐다. 이틀 전, 은지가 블로그에 댓글을 달 때까지는 말이다. “그날 만나는 거지요?” 열여덟 명이 모일 줄이야. 20년 전 우리 6학년 2반 35명은 유난히 활발했고 다른 반이 부러워할 만큼 우애도 깊었다. 그리고 20년이 쏜살같이 흘렀다. 저마다 최선으로 달려온 20년 1시 정각에 맞춰 영암초 후문 주자장에 도착했을 때 먼 발치에 모여있던 한 무리들이 환호성을 질..

어깨동무 2024.01.01

1월 1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서른 두세살에 인생이 얼마나 바쁜지 알았다면 20년 후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20년 만에 댓글이 달렸고 그 신호를 붙잡고 내일 약속 장소에 가보려고 한다. 다행스럽게 설렘과 흥분이 아직 남아있으며 녀석들에게 밥 한끼 사줄 사정은 가능하기에.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20년 전 문집을 찬찬히 넘겨보고 있다. 영암초 6학년 2반 교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깨동무 2023.12.31